양대노총 총파업 현장. (자료사진) 2019.7.18/뉴스1 © News1
기성세대의 노조 활동에 불만을 품은 20~30대를 중심으로 사무직 노조 결성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벌써 LG전자·현대차그룹·금호타이어에서 사무직 노조가 출범했거나 현재 출범을 준비 중이다.
올초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0년대생)가 불붙인 대기업 성과급 논쟁이 더욱 적극적인 노동자 간 단결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6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약 3000~4000명이 카카오톡과 네이버밴드 등 소셜미디어에 모여 ‘현대차그룹 사무연구노조’ 설립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말 회의록 공개와 함께 노조 설립에 따른 법적 문제까지 검토했다.
LG전자에서는 지난 2월25일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조합원 3000여명을 둔 이들은 다음 달 사무직 별도 임단협을 목표로 절차를 밟는 중이다.
이달 2일에는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가 광주지방노동청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작년 임단협 결과 100만원의 격려금이 생산직에게만 주어지는 등 사무직들의 의견은 임단협에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생존권보다 ‘공정’과 ‘투명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성향을 반영한다고 본다.
이들은 대부분이 제조업 기반 대기업 소속이었다. 이들은 정보기술(IT) 업계와 사무직 업무에 큰 차이가 없고 실적도 좋았음에도 성과급은 불합리하게 낮게 책정됐다는 불만을 표시했다.
지금까지 제조업 기반 대기업의 젊은 사무직은 임금과 복지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고용 안정도 비교적 보장돼 있다는 점에서 노조 참여가 활발하지 않았고, 노동 운동의 관심도 이들을 비껴간 면이 있었다.
그러나 성과급 논쟁에서 자극 받은 청년들이 행동을 위해 뭉치면서, 재계를 넘어 노동계까지 존재감을 미치는 모습이다.
작년 인국공 사태 당시 채용 제도의 공정성을 규탄하는 청년들. (자료사진) 2020.6.30/뉴스1
박현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임금이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어느 선이라는 것이 있고 특히 대기업 사무직은 자신의 임금 수준이 높다는 점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라며 “이들이 특히 관심을 갖는 부분은 절대적인 급여 수준보다는 인사관리의 투명성·공정성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위원은 “생산직은 개발 가능한 경력경로가 많지 않은 반면 사무직은 승진 등 각종 인사제도에서 공정성 문제가 개입될 여지가 많다”면서 “투명성과 공정성이 자신들의 노동에 있어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사무직 노조에서도 임금 인상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무작정 ‘급여를 높이자’는 근시안적인 요구라면 어느 정도 내부 조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향후 노동 운동의 변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노동계 관계자는 “대기업 사무직들도 자신과 기업의 관계를 이전처럼 일체화된 것으로 동일시하지 않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라며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면 계급 인식이 높아지고 이것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소셜미디어가 여기에 불을 지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계의 미래 투쟁 방식도 하나의 큰 노동조합이 추진하는 단일화된 형태에서 각자의 추구하는 바가 반영되는 다변화된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4차 산업혁명, 플랫폼 산업 발전 등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노동운동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최근의 조직화 움직임이 겉으로는 기존 노조에 대한 반발로서 나오긴 했으나, 이 둘을 대립하는 관계로 해석하려는 데 대해서는 경계심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사무직 노조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이들이 생산직 위주의 노조를 없애기 위해서 나섰다는 시각보다는, 생산직 위주 노조가 투쟁을 통해 얻은 성과를 곁에서 학습한 결과로서 자발적인 조직화에 나섰다고 보는 시각이 옳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