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일 산업1부 기자
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8개 대기업 집단과 함께한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을 두고 한 재계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선포식에는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 장재훈 현대차 대표, 권영수 LG 부회장 등 각 기업의 최고경영진이 직접 참석했다. 대기업 계열사 혹은 친족기업이 독점해 왔던 국내 대기업 사업장의 급식 시장을 중소·중견기업에 개방하는 자리였다.
대기업 구내식당 실태를 조사하는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2017년 9월 신설된 한시 조직이다. 2019년 9월 한 차례 연장됐고, 올해 9월 전 다시 존폐 기로에 선다. 일부에서는 공정위 기업집단국의 ‘막판 실적 내기’에 기업 최고경영진이 병풍처럼 동원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과거 일부 대기업이 구내식당 일감을 오너 친족기업들에 수의계약으로 주면서 불공정 논란을 샀던 건 부인할 수 없다. 대기업이 공정 경쟁에 앞장서야 한다는 공정위의 정책이 틀린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직원 밥 먹이는 것까지 정부가 간섭하느냐’는 불만이 왜 나오는지 정부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은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다양한 메뉴가 무료로 제공된다. ‘밥이 곧 복지’라는 경영철학 때문이다. 주차장 면적만 웬만한 축구장 크기를 넘을 만큼 규모가 커 외부 식당 이용이 힘들다.
이날 선포식에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직원들이) 맛있는 음식을 싼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경쟁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계열사에 주방을 맡겼던 이유는 경쟁이 싫어서가 아니라 맛과 가격, 위생 수준을 가장 잘 맞췄기 때문이었다. 대량 급식사업 경험이 없는 중소업체들이 질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틈만 나면 행사에 CEO를 부르는 정부에 휘둘리는 기업들은 이제 급식까지 규제받는 처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