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화 국가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장
최은화 예방접종전문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인터뷰에서 “아이러니하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사회적 경계심이 풀릴 수밖에 없고 바이러스도 다시 확산될 수 있다”며 “시기를 잘 선택해 코로나19로 인한 위험과 의료 부담을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정상적인 사회 기능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진구 기자
―백신을 안 맞겠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상당수다.
“지금 접종하는 게 대부분 AZ인데 예방 효과는 높지만 새 백신이라 불안감도 있는 것 같다. 65세 이상에 대한 AZ의 접종 효과 논란, AZ 접종자 중 일부가 이상증상을 유튜브 등에 올린 것도 영향을 준 것 같고…. 이틀 정도 지나면 증상이 사라지는데, 아플 때 올리는 사람은 많아도 나은 뒤 괜찮아졌다고 올리는 사람은 적다. 이상증상이 없는 사람들은 가만히 있고….”
“소수지만 백신을 아주 잘 아는 전문가 중에서도 접종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있다. 효과는 신뢰하지만 장기적으로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문을 갖는 건데, 코로나에 걸려도 사망률이 낮은 젊은 분들 중에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AZ를 피하면 다른 백신을 맞을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도 이유인 것 같고….”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분기(1∼3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접종 대상자 41만723명 중 접종 동의자는 36만6760명(89.2%·5일 0시 기준)이다.
―감염은 물론이고 바이러스 전파를 줄이기 위해서도 맞는 것으로 아는데….
“백신 접종 초기 단계에서는 두 가지 확실한 목표가 있다. 고위험군 사망률을 낮추는 것과 코로나 환자들을 치료할 의료 인프라를 안정되게 유지하는 것이다. 병원에서 코로나가 집단 발생하면 기능이 마비되니까. 의료인 접종은 개인 차원을 넘어 병원과 자신의 가정,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일부에서 고위험군만 선택적으로 접종하자는 주장을 하는데 고위험군만 접종하면 소용이 없고 모두가 맞아야만 전파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게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확산되는 걸 피하기 어렵다.”
“그렇긴 한데, 접종이 본격화되면 자연스럽게 사회가 풀릴 수밖에 없다. ‘면역력이 생기고 있으니 사회적 거리 두기는 어느 정도 풀자’는 요구가 나오게 되니까. 그러다 보면 집단면역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는데 이동과 접촉이 늘면서 다시 확산되는 거지. 변이 바이러스도 재확산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면 또다시 사회적 거리 두기, 봉쇄를 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그런 무한반복을 계속할 수는 없지 않을까. 백신으로 중증감염과 사망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책은 마련됐으니 코로나로 인한 위험과 의료 부담을 어느 정도는 수용하면서 점차 정상적인 사회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본다.” (당신만의 생각인가.)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본다. 하지만 수많은 비난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말을 꺼내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도 전문가들이 먼저 말을 해야 준비할 것 아닌가.
최은화 예방접종전문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22일 AZ의 안전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좀 전에 코로나와 함께 살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어린이 특집 브리핑이 열린 지난해 4월 29일 0시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는 9명(해외 유입 5명, 국내 발생 4명)이었다.
―최근 AZ의 혈액응고(혈전)장애 논란에 대해 직접 브리핑을 했다.
“그때까지는 AZ 접종 후 혈전 생성 사례가 많다고 보도됐는데 혈전은 일상생활에서도 드물지 않게 생긴다. 만약 AZ 때문에 진짜 일반적인 혈전 생성의 위험이 증가한다면 접종을 중단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의약품청(EMA) 영국의약품규제청(MHRA)의 ‘AZ 백신 접종 후 보고된 혈액응고장애 분석 보고서’와 함께 관련 기자회견 질문과 답변까지 여러 차례 검토했다. 그들이 실제로 중요하게 문제 삼는 부분이 뭔지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처음에 알려진 것과 달랐나.
“우리가 장시간 움직이지 않고 앉아만 있어도 혈액 순환이 안돼 혈전이 잘 생길 수 있다. 혈전은 드물지 않다. 그런데 AZ 임상시험에서 이런 일반적인 혈전의 발생 빈도는 접종을 받은 쪽과 아닌 쪽에서 차이가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AZ를 맞았는데, 매년 보고되는 평균보다 혈전 생성 빈도가 더 낮다. 백신이 원인이라면 당연히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럼 뭐가 문제였던 건가.) “너무 전문 분야라 잘 설명될지 모르겠는데, 혈전 중에 일반적인 경우 말고 아주 특이한 두 가지 혈액응고장애가 있다. 파종성혈관내응고장애와 뇌정맥동혈전증이라는 건데 유럽에서 AZ가 문제가 된 건 이 둘에 대한 우려 때문이지 일반적인 혈전 때문이 아니었다. 기자들의 질문도 이 두 가지에만 국한됐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인 혈전과 구별 없이 알려졌다.” (두 가지 다 AZ가 원인인가.) “아직은 알 수 없다. 단지 영국과 유럽에서 AZ가 2000만 건 이상 접종됐는데 파종성혈관내응고장애는 7건, 뇌정맥동혈전증은 18건(3월 16일 기준)이 보고됐다. 100만 명당 1명 내외로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질병인데 평상시 예측되는 수준보다 AZ 접종 후 좀 더 많이 보고돼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 조사가 필요한데 왜 맞는 게 낫다는 건가.
“위험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아직 인과성이 밝혀지지 않았고, 또 이론적으로 100만 명 중 1명에게 생길 수 있는 부작용 때문에 중증감염과 사망에 대한 예방 효과가 70∼80%에 달하는 백신을 중단하는 게 과연 맞을까? 지금 코로나에 걸린 80세 이상은 5분의 1이 사망했다. 이 증명된 치사율을 예방할 확률이 이렇게 높은데…. 답은 너무나 명확하다. 그런데 내용이 너무 어렵다 보니 정확하게 잘 전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기자회견 후에는 대부분의 뉴스에서 ‘혈전과 상관없음’이라고 뭉뚱그려 나오더라. 두 가지 희귀질환은 숨은 거지….”
―정부가 러시아 등 다른 백신 도입도 검토한다고 하는데….
“최근 AZ 논란을 통해 경험한 바로는, 러시아나 중국 백신을 들여오면 안 될 것 같다. 가능한 한 빨리 많은 사람들에게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데 러시아, 중국 백신에 대한 불신 때문에 전체 접종률을 낮춰버리는 상황이 생기면 아무리 많이 가져온들 무슨 도움이 되겠나. AZ도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러시아, 중국산 백신을 맞을 사람이 있을까?”
::예방접종전문위원회::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코로나19, 결핵 등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의 지정 및 취소, 퇴치 계획, 국가 백신 수급 관리 등을 심의하는 전문 기구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