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재검토를 포함한 미국 외교안보 전략의 재편을 추진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외교 및 국방장관이 지난달 1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국과 ‘2+2’ 회의를 열었다. 왼쪽부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저지되었고 조 바이든 행정부는 범세계적인 외교안보 전략 재편과 지역 차원의 대북정책 재검토에 착수했다.
두 가지 차원에서 변화가 동시에 진전되고 있으니 한반도 정세는 유동적이 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지난달 16∼18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도쿄, 서울 방문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전략적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김 위원장이 군사력의 양면성, 즉 핵무력의 완성이 억지력뿐만 아니라 외교력을 의미한다는 ‘예민한 인식’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 대회의 보고에서도 “강력한 국가방위력은 결코 외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고 그 성과를 보증하는 위력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가지의 배합에 따라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겠다고 주장한 것이다.
사실 블링컨, 오스틴 두 장관의 서울 방문,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렸던 미중 고위급 회담(블링컨,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왕이 외교부장 참석)에 대해 북한은 교묘하게 대응했다.
지난달 15일이 돼서야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1주일 전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에 반응을 보였고, 17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미국이 북한을 적대시하는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어떤 북-미 접촉이나 대화도 있을 수 없다”며 강 대 강, 선 대 선 원칙을 재확인하는 담화를 발표한 것이다.
25일에는 동해상으로 600km 수역에 고체 연료·추진 방식의 전술 미사일도 발사했다. 이는 같은 날 예정됐던 바이든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에 맞춘 것으로 전술 핵무기 실험일 것이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임을 지적하자 로켓 개발을 주도한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정치국 상무위원이 즉시 격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이는 반드시 북-미 간의 전략 게임이 북한의 페이스대로 진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단계에 도달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최종적인 비핵화를 조건으로 한다”며 어떠한 형태의 외교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미동맹과 핵 억지력 강화를 전제로 북한 비핵화의 포괄적 합의 및 단계적 실시 방식이 검토되고 있을 것이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