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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총, 균, 쇠’ 저자 “5000만명 한국, 여성 차별 2500만명만 사는 나라 같아”

입력 | 2021-04-07 03:00:00


“이제는 특정 국가의 문제가 다른 나라들에게도 문제가 될 확률이 높아졌다.”

퓰리처상 수상작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84·사진)는 지난달 말 본보와 인터뷰에서 “세계화의 결과로 각국의 문제가 확산할 수 있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졌듯이, 특정 국가의 위기가 얼마든지 다른 나라로 옮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코로나19 시대에선 모든 나라가 안전하기 전까지는 어떤 나라도 안전하지 못하다”면서 글로벌 위기에는 그에 맞는 글로벌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현재 코로나19 외에 인류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4대 문제로 핵무기 위협과 기후변화, 자원 고갈, 빈부 격차를 꼽았다.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낙관한다”면서도 “우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는 우리 선택에 달렸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국이 직면한 문제로는 북한과 한일 관계, 그리고 한국 사회의 성차별 문제를 거론했다. 특히 한국이 여성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한국은 인구 5000만의 국가이면서 실제로는 2500만 인구의 나라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단독]“한국이 마주한 3대 문제, 북한-한일관계-남녀 불평등”
[창간 101주년]글로벌 석학 인터뷰
<3> ‘총, 균, 쇠’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퓰리처상 수상작 ‘총, 균, 쇠’ 저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류의 미래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한다”면서도 미래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DB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인류학과 지리학, 역사학, 진화생물학, 생리학, 조류학 등 폭넓은 분야에서 인류 문명의 흥망성쇠를 연구해온 대(大)학자다. 퓰리처상 수상작 ‘총, 균, 쇠’를 비롯해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 등 여러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스타 저술가이기도 하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그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지난달 보내면서 “학생들의 학점을 매기느라 시간이 없었다”며 답장이 늦어진 데 대해 양해를 구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제는 위기가 글로벌화한 만큼 전 세계가 글로벌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인류가 건진 소득이라고 했다. 한국에 대해선 어려운 여건에서도 큰 발전을 이룬 나라로 평가했지만 여성 차별의 현실에 대해서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저서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 출간을 기념해 2019년 10월 한국에 왔었다. 현대사에서 핀란드, 일본 등 7개 국가가 직면했던 위기를 서술하고 각국이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분석하며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 책이다.






―팬데믹 이후 세상은 어떻게 될까.

“이번 팬데믹으로 인류에게는 다양한 변화와 교훈, 기회가 생겼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우리의 문제 자체가 세계화(globalization)됐다는 사실이다. 세계화된 세상에서는 문제가 널리 퍼지게 된다. 특정 국가의 문제가 다른 나라에도 문제가 될 확률이 점점 높아진다. 세계화 이전의 세상에선 그렇지 않았다.”

―이전에도 세계가 위기를 공유해오지 않았나.

“물론이다. 가령 기후변화도 세계의 과제다. 또 최근 수십 년간 매우 두드러졌던 문제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기후변화는 근본적 차이점이 있다. 코로나19는 세계적 관심을 끌지만 기후변화는 그렇지 않다. 코로나19는 사람을 빨리(심지어 일주일 안에도) 죽일 수 있다. 또 코로나19로 죽는 사람은 사인(死因)이 코로나19라는 게 너무나 명확하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다르다. 기후변화 그 자체 때문에 죽는다기보다는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들, 예를 들면 빈곤이나 지진해일(쓰나미), 전염병으로 인해 죽게 된다.”

―팬데믹이 글로벌 문제라는 게 왜 중요한가.

“코로나19로 인해 인류는 글로벌한 문제(global problems)에 맞는 글로벌한 해답(global solu-tions)을 찾게 될 가능성이 생겼다. 코로나19 시대에 사람들은 모든 나라가 안전하기 전까지는 어떤 나라도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한 나라에서 코로나19를 종식했다고 해도 다른 나라에서 바이러스가 다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같은 다른 글로벌 과제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아무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다고 해도 한국은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이산화탄소는 모든 나라의 대기 중에 섞이기 때문이다.”

―팬데믹이 끝났다고 해보자. 그래도 우리는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나.

“아마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이 완전히 끝날 것이라고 생각되지가 않는다. 코로나19는 독감처럼 우리 곁에 남아있을 것이다. 코로나19는 동물에게서 비롯될 수 있는 인류의 전염병 가운데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앞으로도 여러 가지가 나올 것이다.”

―코로나19 극복 외에 인류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가장 극심한 문제는 핵무기다. 이는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을 주고받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전 세계에 핵겨울이 찾아오고 우리 모두는 그 영향을 받을 것이다.”

―또 어떤 과제가 있나.


“요즘 가장 관심인 기후변화가 또 다른 큰 과제다. 단지 지구의 기온이 오르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상 기후, 바다의 산성화, 식량 생산 감소, 열대지역 병원균 확산 등을 모두 포괄하는 의미다. 주요 자원의 고갈도 심각하다.”

―세계의 빈부격차 문제는 어떻게 보나.

“중요한 문제다. 세계화 시대가 되면서 한 행성에서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가 공존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소득 양극화가 해결돼야 세계는 더욱 지속 가능해질 것이다. 부유한 나라가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에 공중보건과 의료 지원을 하는 것이 이런 격차를 줄여줄 것이다.”

―인류의 미래를 낙관하나.

“완전히 낙관하거나 비관하지는 않는다. 단지 조심스럽게 낙관한다. 우리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느냐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를 망가뜨리는 것은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소행성이 아니다. 지구의 문제는 인류가 초래했다. 따라서 우리가 이를 중단할 수 있는지 또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가 그렇게 선택할 수 있을지 나는 잘 모르겠다.”

―앞으로 어떤 나라가 더 부강해지고, 어떤 나라가 더 힘들어질까.

“지금까지 보면 지리적, 역사적 요인들이 일부 국가들을 유리하게 만들어왔다. 예를 들어 온대기후라거나, 바다와 인접해 있거나, 내륙으로 수로가 있는 나라들이 그랬다. 반면 어떤 나라는 불리하다. 열대지역이거나 사방이 육지로 막혀 있는 나라들이 그렇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어떤 나라들은 다른 나라들보다 (부강해지는 게) 쉽다. 이 틀에서 보면 미국은 아주 훌륭한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다.”

―이런 요인들이 그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나.

“그런데 어떤 나라들은 그런 이점을 종종 걷어차 버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르헨티나다. 미국도 아르헨티나처럼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한국이나 보츠와나, 싱가포르처럼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불이익을 받은 나라들도 좋은 정책을 채택하면서 얼마든지 부강해질 수 있다.”(아르헨티나는 대서양에 길게 뻗은 해안, 비옥한 국토 등 천혜의 지리적 요건을 갖고 있어 20세기 초반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지도자들의 포퓰리즘으로 국운이 기울었다. 보츠와나는 아프리카 국가로는 드물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발전시켰다. 1인당 국민소득이 구매력 평가 기준·PPP 1만7000달러가 넘는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부자 나라다.)

―미중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것 같다.

“미국과 중국은 갈등을 일으킬 요인도 있지만 상호 협력해야 할 부분도 많다.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로 생기는 문제들은 어쩌면 미국보다 중국에 더 위협적이다. 중국과 미국, 그리고 유럽연합(EU)을 합치면 세계 경제활동의 62%, 온실가스 배출량 및 무역 규모의 절반 이상을 각각 차지한다. 중국과 미국, EU가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해 국제탄소세 같은 정책을 함께 도입하면 다른 국가들에도 동참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은 미중의 이익에 부합한다.”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거치면서 미국의 정치적 분열이 심각해졌다.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나.

“두고 봐야 한다. 작년 11월 3일(미국 대통령 선거일)보다는 그래도 지금이 전망이 좋다. 대선 결과가 달랐다면(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면) 미국의 미래는 더 분열되고 정치적으로 양극화됐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해결이 미뤄진 것일 뿐이다.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정치인들은 아직도 많은 미국인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북쪽의 위험한 이웃(북한)이다. 두 번째 문제는 100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일본과의 역사적 유산, 바로 한일 관계를 계속 해치고 있는 역사 문제다. 마지막은 한국에서 여성의 지위다. 한국 여성들은 다른 어떤 부유한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더 불평등한 지위에 있다.”

―한국의 성차별 문제에 대해 좀 더 얘기한다면….

“한국은 인구 5000만의 국가이면서 실제로는 2500만 인구의 나라처럼 행동하고 있다. 인구의 절반(여성)에게 공평하게 투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 여성들로부터 한국 남성과는 결혼과 출산을 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를 점점 더 많이 듣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국가 중 하나다. 이 문제는 굳이 내가 이 자리에서 얘기하지 않아도 다들 알 것이다. 어떤 한국 여성을 붙잡고 얘기를 들어봐도 바로 알 수 있는 문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재러드 다이아몬드(84)·1937년 미국 보스턴 출생
·1958년 미국 하버드대 졸업
·1961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생리학 박사
·1968년∼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생리학, 지리학 교수
·‘총, 균, 쇠’(1997년), ‘문명의 붕괴’(2005년), ‘어제까지의 세계’(2012년), ‘대변동’(2019년) 출간
·1998년 퓰리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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