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법인세율 인상안’을 둘러싼 미 경제산업계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연방세 한 푼 내지 않는 기업’으로 지적당했던 미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는 인상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반면 시스코 등 다른 기업들은 경영 부담과 지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를 나타냈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최고 부자이자 아마존 CEO인 베이조스는 정부의 인프라 부양안과 법인세 인상 계획을 지지한다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그는 “이 투자에 필요한 세부사항과 예산에 모든 주체들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며 “아마존은 법인세 인상을 지지해왔다”고 올렸다. 그는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진행해가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을 고대한다고도 덧붙였다.
2조3000억 달러 규모의 ‘바이든 부양안’은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 확대, 반도체 등 주요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 등을 골자로 한다. 미 정부가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옐런 미 재무장관은 ‘글로벌 법인세 증세 동맹’을 제안하기도 했다. 미국만 법인세를 올릴 경우 미국 외 다른 국가로 기업이 이탈할 것을 우려해 ‘다 같이 세금을 올리자’는 취지다. WSJ는 바이든 행정부가 준비 중인 법인세 인상이 지난해 시행됐다면 아마존의 납세액은 현재 두 배가 됐을 것이라고 2월에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연설에서 법인세 인상안을 설명하며 아마존을 콕 찍어 언급했다. 그는 “아마존은 연방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91개 포춘지 500대 기업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또 “이는 단단히 잘못된 것”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강도 높은 비판에 아마존의 수장인 베이조스가 꼬리를 내렸다는 분석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마존은 2017년 혹은 2018년에 세금 공제를 이용해 연방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이 내지 않은 세금 규모는 2019년 1억6200만 달러(약 1808억 원), 지난해에는 18억3500만 달러(약 2조482억 원)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제이 카니 아마존 대변인은 “연구개발 관련 세금 공제는 1981년부터 존재했고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지지로 15회 연장됐으며,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서명한 법률로 확정된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현재 미국에만 직원 95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기업가치는 1조6000억 달러(약 1785조9200억 원)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자상거래 이용이 급증하며 지난해 주가가 76% 상승했다. 베이조스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 올 초 세계 1위 부호 자리를 내줬다가 이후 테슬라의 주가가 하락하며 최근 1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반면 다른 미국 기업들은 증세에 난색을 표했다. 미국의 다국적 네트워크 기술 기업인 시스코의 척 로빈스 최고경영자는 “법인세율 인상이 여러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비판했다. 그는 이날 미국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높은 세율은 낮은 수익성을 초래하고 결국 우리의 모든 지출에 영향을 미친다”며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인세율 인상은 일자리 창출, 그리고 외국 기업과의 경쟁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