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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80% 또 날아가겠네”…거리두기 2.5단계 상향 가능성에 소상공인 울상

입력 | 2021-04-07 15:31: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입된 ‘기본방역수칙’ 첫날인 5일 서울 양천구의 한 스터디카페에 음식물섭취 금지를 비롯한 방역수칙 안내 문구가 부착되어 있다. 2021.4.5/뉴스1 © News1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상향되면 자연스레 유동인구가 줄어들면서 식당에 나와 밥 먹는 사람들이 줄어든다. 지난해 말 2.5단계 때 기존 매출에 80%가 줄었다가 그나마 최근 50% 정도는 돌아오는 중인데 다시 격상되면 연말 수준으로 돌아가겠죠. 자영업자들 죽이는 조치로 볼 수 밖에 없어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지난해 말 2.5단계 조치로 입은 피해가 회복되기도 전에 다시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음식점 업주들은 영업시간이 9시까지로 다시 제한되면 저녁식사 겸 음주를 하는 손님이 사라져 매출의 절반 이상이 깎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재택근무 분위기가 다시 확산되면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점심 손님마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특히 실내체육시설의 경우 대출금으로 겨우겨우 버텨가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면 더 이상 운영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할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 News1



◇“작년 2.5단계 때 매출 80% 떨어져…겨우 넘긴 고비가 또 오다니”

정부는 이번주 확진자 발생 추이를 지켜보면서 내주부터 적용할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오는 9일 발표한다. 지난달 31일부터 전날(6일)까지 신규 확진자는 일별로 506명→551명→557명→543명→543명→473명→478명을 기록해 하루 평균 521.6명꼴로 나왔다.

이 가운데 거리두기 단계 조정의 핵심 지표인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는 500.6명으로 집계돼 이미 2.5단계(전국 400∼500명 이상 등) 기준을 충족한 상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시 2.5단계로 격상되면 현재 밤 10시까지 운영제한을 하고 있는 유흥시설 5종, 방문판매 등 홍보관,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공연장, 실내체육시설은 다시 집합금지 조치가 적용된다. 카페는 포장·배달만 가능하고, 식당은 밤 9시 이후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된다.

이에 음식점 점주들은 저녁 모임 손님이 뚝 끊길 것을 걱정하고 있다. 안 그래도 인원 수에 대한 제한이 풀리지 않아 단체 손님을 받지 못하는데 이제 소수 손님마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큰 상황이다.

최근까지 한국외식업중앙회 종로구지회장을 역임했던 자영업자 이근재씨는 “2.5단계로 상향되면 사람들이 밖으로 안 나오고 사무실에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할 것 아닌가”라며 “9시까지 영업시간이 제한되면 술을 곁들이는 저녁 손님도 확연히 줄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현재 매출의 30~40% 이상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도심 내 번화가나 대학가에는 마스크도 안 쓰고 실내에서 떠드는 사람이 많다”며 “그런 곳을 집중적으로 단속하면서 코로나를 잡아야지 왜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영세한 식당까지 같은 잣대를 들이대서 애먼 사람을 잡으려 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제까지 거리두기가 상향되면서 자영업자 피해가 커질 때마다 재난지원금을 찔끔찔끔 받아왔는데 이번에 또 상향되면 재난지원금 또 줄건가”라고 되물었다.

인천 남구에서 샤브샤브집을 운영하는 S씨(50)도 “매장에서 아무리 방역 수칙을 잘 지켜도 거리두기가 상향되면 손님들은 지레 겁 먹고 밖으로 안 나온다”며 “지난해 12월 2.5단계 당시 평소보다 매출 80%가 감소했었고 올 초에 2단계로 내려가면서 떨어진 매출의 50% 정도는 회복했었는데 다시 2.5단계로 내려가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나로서는 겨우 넘긴 고비를 또 한 번 맞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일 큰 타격 업종은 카페…매장 운영 못할 시 평소 매출의 10%만”

26일 서울의 한 식당가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좌석간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다. 2021.2.26/뉴스1 © News1




2.5단계로 격상될 경우 매장 운영을 하지 못하게 되는 카페 주인들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주들 사이에서는 배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매장 운영이 가능할 때에 비해 매출이 10%도 안 나온다는 얘기가 나온다.

인천 부평구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K씨(56)는 “우리 매장은 원래 24시간 운영이 되는 곳인데 코로나 이후 영업시간에 제한이 걸리면서 평소 매출의 50% 수준 밖에 벌지 못한다”며 “포장, 배달만 될 경우에는 10%도 힘들다. 하루에 10만원 버는 것도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는 만큼 각 업종별 영업제한이 불가피한 것은 이해는 한다”면서도 “밤 9시로 영업 시간을 더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매장 취식을 허용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경기 파주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M씨(34)도 “우리 매장은 커피와 함께 디저트류를 판매하는데 매장 취식이 안 되면 매장을 찾는 사람도 줄어들고 그만큼 매출도 추락한다고 봐야 한다”며 “영업시간 제한 등 다른 방침은 다 따를 수 있으니 매장 취식만은 금지를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2.5단계 격상시 현재 밤 10시까지에서 밤 9시까지로 영업시간이 1시간 줄어드는 스터디카페 업주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인천 부평구에서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P씨(63)는 “겨울 비수기를 지나 3월 개학이 되면서 그나마 조금 숨통이 트이고 있는 상황이다. 평소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기존의 50% 매출은 올리고 있다”며 “작년에 2.5단계 때 영업시간이 줄어들면서 기존에 정기권을 끊었던 회원들이 짧은 이용시간에 불만을 느껴 환불 요청이 쏟아졌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되면 기존 매출의 20% 밖에 못 벌게 될 것”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필라테스 업주 “남들에게 피해주는 일을 하는 기분”

정부가 방역 조치 형평성을 고려해 거리두기 재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14일 인천시 서구 가좌동 발리너스M 필라테스장에서 김명진 대표가 기구 소독을 하고 있다. 2021.1.14/뉴스1 © News1




실내체육시설은 2.5단계로 조정된 방역수칙에 따라 스크린골프장과 같이 룸 형태의 업장에서는 룸당 4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영업시간은 밤 9시까지다.

서울 양천구에서 골프존을 운영하는 E씨(54)는 “스크린골프장은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주로 찾는 곳인데 밤 9시까지 밖에 운영을 못하면 찾아오는 손님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특히 홀에서 음식을 먹지도 못하는데 밥도 안 먹고 스크린골프장에 오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퇴근길에 스크린골프장에서 자장면 등 음식을 시켜먹으면서 2~3시간 게임을 즐기던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에서 필라테스 매장을 운영하는 L씨(30)도 “이미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해서 집에서 운동을 하는 사례가 많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이 여름오기 전 성수기지만 예전같지 않은데 다시 2.5단계로 격상된다고 하니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실내체육시설을 운영하면서 마치 하지 말아야 할, 남들에게 피해주는 업종을 운영하고 있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며 “서로 각자의 영업에 있어서 억울한 부분들이 있겠지만 정부가 방역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적절한 대처가 준비돼 있을 때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해야 한다. 여론에 따른 눈치보기식 거리두기 단계는 필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