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입된 ‘기본방역수칙’ 첫날인 5일 서울 양천구의 한 스터디카페에 음식물섭취 금지를 비롯한 방역수칙 안내 문구가 부착되어 있다. 2021.4.5/뉴스1 © News1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상향되면 자연스레 유동인구가 줄어들면서 식당에 나와 밥 먹는 사람들이 줄어든다. 지난해 말 2.5단계 때 기존 매출에 80%가 줄었다가 그나마 최근 50% 정도는 돌아오는 중인데 다시 격상되면 연말 수준으로 돌아가겠죠. 자영업자들 죽이는 조치로 볼 수 밖에 없어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음식점 업주들은 영업시간이 9시까지로 다시 제한되면 저녁식사 겸 음주를 하는 손님이 사라져 매출의 절반 이상이 깎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재택근무 분위기가 다시 확산되면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점심 손님마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특히 실내체육시설의 경우 대출금으로 겨우겨우 버텨가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면 더 이상 운영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할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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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5단계 때 매출 80% 떨어져…겨우 넘긴 고비가 또 오다니”
정부는 이번주 확진자 발생 추이를 지켜보면서 내주부터 적용할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오는 9일 발표한다. 지난달 31일부터 전날(6일)까지 신규 확진자는 일별로 506명→551명→557명→543명→543명→473명→478명을 기록해 하루 평균 521.6명꼴로 나왔다.
다시 2.5단계로 격상되면 현재 밤 10시까지 운영제한을 하고 있는 유흥시설 5종, 방문판매 등 홍보관,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공연장, 실내체육시설은 다시 집합금지 조치가 적용된다. 카페는 포장·배달만 가능하고, 식당은 밤 9시 이후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된다.
이에 음식점 점주들은 저녁 모임 손님이 뚝 끊길 것을 걱정하고 있다. 안 그래도 인원 수에 대한 제한이 풀리지 않아 단체 손님을 받지 못하는데 이제 소수 손님마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큰 상황이다.
최근까지 한국외식업중앙회 종로구지회장을 역임했던 자영업자 이근재씨는 “2.5단계로 상향되면 사람들이 밖으로 안 나오고 사무실에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할 것 아닌가”라며 “9시까지 영업시간이 제한되면 술을 곁들이는 저녁 손님도 확연히 줄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현재 매출의 30~40% 이상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도심 내 번화가나 대학가에는 마스크도 안 쓰고 실내에서 떠드는 사람이 많다”며 “그런 곳을 집중적으로 단속하면서 코로나를 잡아야지 왜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영세한 식당까지 같은 잣대를 들이대서 애먼 사람을 잡으려 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남구에서 샤브샤브집을 운영하는 S씨(50)도 “매장에서 아무리 방역 수칙을 잘 지켜도 거리두기가 상향되면 손님들은 지레 겁 먹고 밖으로 안 나온다”며 “지난해 12월 2.5단계 당시 평소보다 매출 80%가 감소했었고 올 초에 2단계로 내려가면서 떨어진 매출의 50% 정도는 회복했었는데 다시 2.5단계로 내려가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나로서는 겨우 넘긴 고비를 또 한 번 맞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일 큰 타격 업종은 카페…매장 운영 못할 시 평소 매출의 10%만”
26일 서울의 한 식당가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좌석간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다. 2021.2.26/뉴스1 © News1
2.5단계로 격상될 경우 매장 운영을 하지 못하게 되는 카페 주인들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주들 사이에서는 배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매장 운영이 가능할 때에 비해 매출이 10%도 안 나온다는 얘기가 나온다.
인천 부평구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K씨(56)는 “우리 매장은 원래 24시간 운영이 되는 곳인데 코로나 이후 영업시간에 제한이 걸리면서 평소 매출의 50% 수준 밖에 벌지 못한다”며 “포장, 배달만 될 경우에는 10%도 힘들다. 하루에 10만원 버는 것도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는 만큼 각 업종별 영업제한이 불가피한 것은 이해는 한다”면서도 “밤 9시로 영업 시간을 더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매장 취식을 허용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경기 파주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M씨(34)도 “우리 매장은 커피와 함께 디저트류를 판매하는데 매장 취식이 안 되면 매장을 찾는 사람도 줄어들고 그만큼 매출도 추락한다고 봐야 한다”며 “영업시간 제한 등 다른 방침은 다 따를 수 있으니 매장 취식만은 금지를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2.5단계 격상시 현재 밤 10시까지에서 밤 9시까지로 영업시간이 1시간 줄어드는 스터디카페 업주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인천 부평구에서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P씨(63)는 “겨울 비수기를 지나 3월 개학이 되면서 그나마 조금 숨통이 트이고 있는 상황이다. 평소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기존의 50% 매출은 올리고 있다”며 “작년에 2.5단계 때 영업시간이 줄어들면서 기존에 정기권을 끊었던 회원들이 짧은 이용시간에 불만을 느껴 환불 요청이 쏟아졌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되면 기존 매출의 20% 밖에 못 벌게 될 것”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필라테스 업주 “남들에게 피해주는 일을 하는 기분”
정부가 방역 조치 형평성을 고려해 거리두기 재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14일 인천시 서구 가좌동 발리너스M 필라테스장에서 김명진 대표가 기구 소독을 하고 있다. 2021.1.14/뉴스1 © News1
실내체육시설은 2.5단계로 조정된 방역수칙에 따라 스크린골프장과 같이 룸 형태의 업장에서는 룸당 4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영업시간은 밤 9시까지다.
서울 양천구에서 골프존을 운영하는 E씨(54)는 “스크린골프장은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주로 찾는 곳인데 밤 9시까지 밖에 운영을 못하면 찾아오는 손님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특히 홀에서 음식을 먹지도 못하는데 밥도 안 먹고 스크린골프장에 오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퇴근길에 스크린골프장에서 자장면 등 음식을 시켜먹으면서 2~3시간 게임을 즐기던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에서 필라테스 매장을 운영하는 L씨(30)도 “이미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해서 집에서 운동을 하는 사례가 많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이 여름오기 전 성수기지만 예전같지 않은데 다시 2.5단계로 격상된다고 하니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실내체육시설을 운영하면서 마치 하지 말아야 할, 남들에게 피해주는 업종을 운영하고 있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며 “서로 각자의 영업에 있어서 억울한 부분들이 있겠지만 정부가 방역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적절한 대처가 준비돼 있을 때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해야 한다. 여론에 따른 눈치보기식 거리두기 단계는 필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