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 DBR 편집장
“영혼을 가두는 감옥이다.”
“동료들과 함께 감금돼 있기에 그래도 ‘아늑한 철장’이다.”
감염병 사태 이후 사무실이란 존재는 큰 도전을 받게 됐다. ‘포스트 코로나’를 꿈꾸지만 ‘위드 코로나’에도 익숙해진 요즘, 집은 사무실의 또 다른 이름이 된 지 오래다. 이에 더해 재택근무의 단점을 보완해줄 ‘제3의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기발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1호점을 낸 뒤, 반년여 만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집무실’은 집에서 일하기 힘든 사람들을 타깃으로 집중형 업무 공간을 제공한다. 예컨대 대형 아파트 단지를 배후 수요로 하는 서울 석촌점에는 매일 밤 9시가 넘으면 그날의 전투 육아를 끝내고 집중 근무를 하려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주택 규모가 작아 재택근무를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은 일본에서도 ‘제3의 공간’들이 대안형 사무실로 부상하고 있다. 지하철역 내 또는 빌딩 1층에 가로세로 각 2m 사이즈로 들어선 미니 사무실, ‘박스 오피스’가 그 예다. 후지제록스와 텔레큐브 등이 선보인 이 1인용 사무실은 대형 모니터를 완비해 화상회의 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닛산은 캠핑카를 업무 환경에 맞춰 개조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 나리타공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나리타 익스프레스는 팬데믹으로 이용객이 줄자 열차를 사무실로 빌려주는 사업을 시도했다.
홀로그래픽 오피스는 공간의 제약마저 완벽히 뛰어넘게 해준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반 업무 플랫폼인 ‘스페이셜’이 그 예로, 가상공간에 꾸며진 사무실로 입장하면 직원들의 얼굴 모습을 그대로 본뜬 아바타가 모여 함께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가상현실에서라도 동료들을 한 공간에서 만나게 되면, 원격근무 시 발생하기 쉬운 ‘정서적 공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사용자들은 말한다.
다만 이런 변화가 노동을 덜어줄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사무실에 오래 있음’을 ‘헌신’과 동의어로 봤던 오피스 시대의 프레젠티즘(presenteeism)은 점점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화상회의에서, 또 업무용 디지털 플랫폼에서 열일하는 사람들에게서 이미 우리는 ‘21세기형 프레젠티즘’을 목격하고 있다.
김현진 DBR 편집장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