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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의 학습방식 고집하는 대학은 생존할 수 없다”

입력 | 2021-04-08 03:00:00

순천향대-본보 ‘글로벌 교육·의료혁신 포럼’… 대학 교육의 새로운 길 모색



글로벌 교육·의료 혁신 심포지엄 순천향대와 동아일보는 2, 3일 충남 아산시 순천향대 향설아트홀에서 ‘글로벌 교육·의료 혁신 심포지엄(GLIF&GIMS) 2021’을 개최했다. 고등교육과 의료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들이 유튜브와 줌 강연을 통해 코로나19 이후의 대학 교육 및 의료의 향방을 조망했다. 아산=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의 학습방식을 고집하는 대학은 생존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번 포럼이 고등교육의 새로운 길을 찾는 기회가 되길 기대합니다.”(김승우 순천향대 총장)

2일과 3일 양일간 충남 아산시 순천향대 향설아트홀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교육과 의료의 변화를 모색하는 특별한 포럼이 열렸다. 순천향대와 본보가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공동 주최한 ‘GLIF&GIMS 2021’이 그것. 올해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 혁신을 위한 ‘글로벌 교육 혁신 포럼(GLIF)’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글로벌 의료 혁신 심포지엄(GIMS)’까지 더해졌다.

포럼에 참가한 세계적 석학들과 전문가들은 유튜브와 줌(Zoom)을 통해 세계의 대학교육 혁신 사례를 강연하고 전 세계 방청객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

이날 포럼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이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의 성공 사례가 공유됐다. 애리조나주립대는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선정한 ‘미국 내 가장 혁신적인 대학’에서 2016년부터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명문 사립대인 스탠퍼드대나 매사추세츠공대(MIT)도 제쳤다.

애리조나주립대는 주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오다 주에서 예산 지원을 삭감하자 혁신을 추진한 사례다. 이 학교에서 미래 사회 혁신을 연구하는 데이비드 거스턴 교수는 학교가 어떻게 대학 교육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고 혁신을 추진했는지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애리조나주립대는 온라인을 통해 학생 수를 늘리는 전략을 썼다”며 ‘글로벌 프레시맨 아카데미’를 예로 들었다. 온라인에서 일정 교과목을 이수하면 오프라인 1학년 과정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토대로 대학 교육을 계속할 수 있겠다고 생각되면 2학년부터는 오프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면 된다. 거스턴 교수는 “이 과정에서 저비용으로 누구나 고등 교육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열게 됐다”며 “대학 교육의 높았던 장벽이 허물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학생들이 학업 어려움을 극복하고 계속 대학 교육을 이어가게 하는 데도 기술을 활용했다. ‘e어드바이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출석과 학습 진행 상황, 과제 제출 여부 등을 체크하고 학습 속도가 뒤처지면 경고를 주거나 다른 강의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초유의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다시 한 번 디지털 혁신에 도전했다. ‘ASU Sync’라는 원격수업 플랫폼을 도입한 것. 오프라인 수업에 올 수 없거나 건강을 염려해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도 이 프로그램을 쓰면 온라인으로 실시간 수업을 들으며 강의실에 나온 학생과 함께 똑같이 수업에 참여하고 토론이나 질문도 할 수 있다. 덕분에 지난 가을 학기 동안 4만 명이 넘는 학생이 온라인을 통해 대학 학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

거스턴 교수는 “온라인 교육을 부수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 수업을 개설하는 학과나 교수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수익을 배분하는 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며 “현재 우리 학교 교수들은 대부분 온라인 강의에 참여하며, 오히려 연구 등에 쓸 시간을 더 벌 수 있어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교수는 수업의 디자이너가 돼야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은 더 이상 대학 강의실에 앉아 지식만 전달받아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미래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는 기조연설에서 “이제는 교실에서 지식을 얻거나 성적에서 1등을 했다는 게 중요하지 않다”며 “학생이 역량을 강화해서 나만의 가치를 만들고 그걸 성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티시아 브리토스 카바그나로 스탠퍼드대 공대 교수는 교육자가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예로 생명체에 대한 수업을 하며 카바그나로 교수는 학생들에게 ‘러브레터’를 쓰라는 숙제를 내줬다고 한다. 러브레터의 주제는 ‘탄소에 기반한 생명체가 실리콘에 기반한 생명체에게’. 그랬더니 교수가 직접 설명해주지 않아도 학생들이 스스로 여러 자료를 찾으며 탄소와 실리콘의 차이를 학습했고 실리콘에 기반한 생명체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스탠퍼드대에는 ‘팝업 클래스’가 많다고 그는 전했다. 팝업 클래스는 ‘1주 3시간’ 같은 통상적인 시간표를 따르지 않고 저녁이나 주말에, 다양한 학과가 협업해서 특정 주제에 대해 워크숍을 진행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커리큘럼에서는 다루지 않지만 융합적이고 시대에 맞는 주제에 대해 적극적인 논의를 공유할 수 있다. 카바그나로 교수는 “기존 강의 형태에서는 교수들이 내용을 잘 정리해서 알려주니 학생들이 잘 배웠다고 느끼지만 실제 적용은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구 결과를 보면 적극적인 학습 환경에서 학생들이 더 많이 배운다”고 전했다.

아산=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