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공개로 뒤늦게 알려져, 북·중 자극 우려 관측도

원인철 합참의장(왼쪽)이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구 합참 청사에서 방한한 윌리엄 머즈 미 해군 7함대사령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미 해군 홈페이지
지난달 25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 전후로 윌리엄 머즈 미국 해군 제7함대사령관(중장)이 방한해 원인철 합참의장(공군 대장) 등 우리 군 수뇌부를 만났지만 군이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미 해군에 따르면 머즈 사령관은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구 합참 청사에서 원 의장을, 25일 충남 계룡대에서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을 각각 만났다. 25일은 북한이 함남 함주군 연포비행장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날이다. 머즈 사령관은 원 의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미 해군 간 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면서 “이번 방한은 ‘자유롭고 개방된(free and open)’ 인도태평양 지역 보장을 위한 우리의 연합된 헌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미 해군은 전했다. 부 총장과의 면담에서는 북한 미사일 도발 관련 언급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은 최근 미 해군 홈페이지에 머즈 사령관의 방한 사실(3월 24~26일)이 사진과 함께 공개되기 전까지 관련 내용을 일절 밝히지 않았다. 2년 전 머즈 사령관의 방한 때 군 수뇌부 면담과 예하 부대 방문 등 일정을 자세히 공개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들은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만 했다.
군 소식통은 “이유야 어쨌든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하는 미 주요 지휘관의 방한 사실을 군이 쉬쉬한 모양새가 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북한과 중국에 자칫 ‘동맹 엇박자’로 비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새 대북전략 발표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간 빈틈없는 대북정책 조율이 절실한 시점에서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의 소지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요코스카 기지에 본부를 둔 미 7함대는 항모 전투단을 비롯한 50~60척의 함정과 350여 대의 항공기, 6만여 명의 병력으로 이뤄졌다 미국이 해외에 전진 배치한 함대 가운데 최대 규모로 한반도 유사시 최단 시간에 투입되는 미 증원전력이기도 하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