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결과를 국민의 승리로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고 개혁의 고삐를 늦춘다면 당은 다시 사분오열 할 것이다.”
4·7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끈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당을 향해 뼈 있는 충고를 남기고 떠났다. 김 위원장은 이날 “대의보다 소의, 책임보다 변명, 자강보다 외풍, 내실보다 명분에 치중하는 정당에는 미래가 없다”며 “(계속 개혁하지 못하면) 정권교체와 민생회복을 이룩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당을 떠나겠다고 결심한 이유에 대해 “정권교체를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이제 자연인의 위치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지난 1년간 국민의힘은 혁신과 변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 투성이”라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부분열과 반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서 봤듯이 외부세력에 의존하려 한다든지, 정권을 되찾아 민생을 책임질 수권의지는 보이지 않고 당권에만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이 국민의힘 내부에 많다”고 꼬집었다. 일부 당 안팎 인사들이 서울시장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내세워 당을 흔들었다는 것이다.
조만간 제주도로 떠날 예정인 김 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 만나 “5월 초순경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만남 여부에 대해서도 “자연인으로서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강경석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