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시즌 프로농구 심판상의 주인공 장준혁 심판(51)이 꺼낸 수상 소감이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심판상을 수상한 그는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8번 심판상을 받았다. 국내 프로농구 최다 기록이다.
● ‘덕업일치(德業一致)’, 농구가 좋아 심판이 되다
지금은 프로농구 심판계 고참이 됐지만, 사실 그는 선수 출신도 아닌 ‘농구 덕후’였다. 1988년 고등학교 재학 시절 농구가 좋아 학교 농구 동아리에 들었다. 당시 동아리 소속 경기에 나갔는데 심판의 오심 때문에 게임에서 진 것 같아 ‘내가 심판을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그는 결국 프로농구 개막 직전 한국농구연맹(KBL) 심판 공채에 지원해 호각을 불게 됐다. 다니던 대학은 마저 졸업했지만, 교사가 되기 위한 시험은 치지 않았다. 장 심판은 “농구가 너무 좋았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며 “농구를 좋아하는데 선수는 아니고, 농구를 계속하려면 어떤 직업을 해야 할지만을 고민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 심판계의 ‘청출어람(靑出於藍)’을 꿈꾸다
누군가는 부러워할 경력일지 모르지만, 정작 장 심판 본인은 감사함보다 안타까움이 더 크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심판으로 성장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적다”며 “농구 심판이 되기 위해 대한농구협회에서 3박4일간 ‘규칙 독해’ 강의와 실기 교육을 받아 자격증을 땄고, 수개월간 특강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좀 더 다양한 과목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4년부터 5년가량 미국프로농구(NBA) 서머리그에 참가해 심판 교육을 받았다. 이후 국제농구연맹(FIBA)에서 심판 지도자 교육을 이수하기도 했다. 해외의 심판 교육 과정을 들여다본 그는 국내에도 심판 스터디북이나 매뉴얼북 등 더 체계적인 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유망주 교육 위해 ‘주경야독(晝耕夜讀)’하다
3개월 전부터는 FIBA에서 제공하는 심판 교육도 받고 있다. 매주 월요일 밤 12시부터 새벽까지 2시간가량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강의를 듣는다. 해외에서 가르치는 농구 심판 커리큘럼을 한국 농구계에 들여와 심판 유망주들에게 어려서부터 질 좋은 심판 교육을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장 심판은 “언젠가 내 심판상 최다 수상기록을 깨는 심판 후배가 나오면 좋겠다”며 “장차 FIBA 심판 지도자가 돼 해외의 좋은 심판 교육자료를 국내 심판 유망주에게 가르쳐줄 수 있게 된다면 그보다 보람 찬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