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오판 땐 싸게 사도 이익 못봐 당장 수익보다 멀리 바라볼 필요도 꾸준한 공부를 통해 만든 자신감이 낙찰확률 높이는 변하지 않는 법칙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경매 초보들은 주로 권리분석 위주로 공부한다. 권리분석만 잘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그릇된 환상 때문이다. 그러나 경매는 부동산을 싸게 사는 수많은 수단 중의 하나일 뿐이다. 권리분석 공부만으로는 차별성을 가질 수 없다.
때로는 부동산 전망과 부동산의 가치 판단 능력이 더 중요하다. 요즘 같은 거래 절벽기에는 시장 전망이 특히 중요하다. 부동산 전망을 잘못하면, 경매로 싸게 산다 해도 언제든 가격이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망에 자신 있는 사람은 낙찰가를 높게 쓸 수 있고, 낙찰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최근 인천 주안의 역세권 대단지 아파트가 경매에 나왔다. 전용면적 60m²(27평형)에 향, 동, 층 등이 우량한 아파트였다. 지역 내 대장 단지임에도 이 아파트는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풍선 효과든 갭 메우기든 앞으로 가격 상승세가 커질 것은 자명했던 터라, 지인 J 씨에게 입찰을 권했다.
문제는 입찰가였다. 몇몇 매물을 보니 시세가 4억3000만∼4억5000만 원으로 다양했다. 공인중개사는 시세를 4억3000만 원 정도로 봤지만, 필자는 물건의 객관적 조건을 두루 고려해서 시세를 4억4000만 원으로 잡았다. 거래가 많지 않아 시세를 1000만 원가량 낮게 부르지만 조만간 상승세가 본격화되면 제값대로 팔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었지만, 철저한 권리분석으로 문제가 없으리라는 확신을 가졌다.
낙찰 통계를 살펴보니 3억8000만∼3억9000만 원에 낙찰가가 형성될 듯했다. 3억9000만 원 후반대를 써내면 충분히 경쟁력 있어 보였으나, 필자는 J 씨에게 4억 원을 살짝 넘겨 써보자고 제안했다. 지금 당장은 4000만 원 정도 싸게 사는 것에 그치지만 앞으로 충분히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혹자는 낙찰은 우연일 뿐이고, 입찰가 산정은 행운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꾸준한 공부를 통해 자신감을 배양하는 것만이 낙찰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하고도 변하지 않는 법칙이다. 이는 우연도 행운도 아닌, 과학의 영역인 것이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