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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진의 경매 따라잡기]권리분석 앞서 ‘시세 조사’ 능력 키워야

입력 | 2021-04-09 03:00:00

가치 오판 땐 싸게 사도 이익 못봐
당장 수익보다 멀리 바라볼 필요도

꾸준한 공부를 통해 만든 자신감이
낙찰확률 높이는 변하지 않는 법칙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경매는 입찰가를 높게 쓰는 사람이 낙찰을 받는 구조다. 그렇다고 무작정 높게만 써서는 수익을 낼 수 없다. 시세보다 싸게 사는 경매의 매력을 만끽하면서 낙찰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경매 초보들은 주로 권리분석 위주로 공부한다. 권리분석만 잘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그릇된 환상 때문이다. 그러나 경매는 부동산을 싸게 사는 수많은 수단 중의 하나일 뿐이다. 권리분석 공부만으로는 차별성을 가질 수 없다.

때로는 부동산 전망과 부동산의 가치 판단 능력이 더 중요하다. 요즘 같은 거래 절벽기에는 시장 전망이 특히 중요하다. 부동산 전망을 잘못하면, 경매로 싸게 산다 해도 언제든 가격이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망에 자신 있는 사람은 낙찰가를 높게 쓸 수 있고, 낙찰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물건에 대한 가치 판단 능력도 경시할 수 없는 요소다. 아파트 시세를 조사할 때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온 매물의 최저 호가나 최근 실거래가만을 기준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같은 단지의 아파트라도 향, 동, 층, 라인, 평형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경쟁이 치열해 1000만 원 안팎에서 당락이 결정되는 경매에서 시세 조사를 잘못하면 낙찰을 기대하기 어렵다.

매물의 최저 호가나 과거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입찰해 매번 낙찰받지 못하는 초보들은 높은 낙찰가율이 불만스러울 것이다. 이들은 부동산에 대한 가치 판단 능력, 즉 시세 조사 능력이 부족함을 깨닫고 시각을 바꿔야만 낙찰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또 하나, 초보가 패찰을 거듭하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권리분석 공부의 부족이다. 권리분석에 자신이 없다 보니 입찰가를 낮게 쓰게 되고 결국 잦은 패찰로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 인천 주안의 역세권 대단지 아파트가 경매에 나왔다. 전용면적 60m²(27평형)에 향, 동, 층 등이 우량한 아파트였다. 지역 내 대장 단지임에도 이 아파트는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풍선 효과든 갭 메우기든 앞으로 가격 상승세가 커질 것은 자명했던 터라, 지인 J 씨에게 입찰을 권했다.

문제는 입찰가였다. 몇몇 매물을 보니 시세가 4억3000만∼4억5000만 원으로 다양했다. 공인중개사는 시세를 4억3000만 원 정도로 봤지만, 필자는 물건의 객관적 조건을 두루 고려해서 시세를 4억4000만 원으로 잡았다. 거래가 많지 않아 시세를 1000만 원가량 낮게 부르지만 조만간 상승세가 본격화되면 제값대로 팔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었지만, 철저한 권리분석으로 문제가 없으리라는 확신을 가졌다.

낙찰 통계를 살펴보니 3억8000만∼3억9000만 원에 낙찰가가 형성될 듯했다. 3억9000만 원 후반대를 써내면 충분히 경쟁력 있어 보였으나, 필자는 J 씨에게 4억 원을 살짝 넘겨 써보자고 제안했다. 지금 당장은 4000만 원 정도 싸게 사는 것에 그치지만 앞으로 충분히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종적으로 J 씨가 써낸 입찰가는 4억398만 원이었다. 해당 물건의 입찰자는 19명이었고, 차순위 입찰자는 4억389만 원을 써냈다. 9만 원 차이로 낙찰을 받은 것이다.

혹자는 낙찰은 우연일 뿐이고, 입찰가 산정은 행운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꾸준한 공부를 통해 자신감을 배양하는 것만이 낙찰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하고도 변하지 않는 법칙이다. 이는 우연도 행운도 아닌, 과학의 영역인 것이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