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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참패로 끝난 4·7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어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여권 내에서조차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선거의 패인으로 꼽는 목소리가 나오는 걸 의식해 자세를 낮춘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는 선거로 확인된 부동산 민심의 기대치에는 크게 못 미친다.
문 대통령은 선거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부동산정책 실패와 정책 일방 독주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코로나19 극복과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 데 매진하겠다”고만 짤막하게 밝혔다. 부동산 문제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땅 투기 등 부패 문제로 국한한 셈이다.
또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부동산정책의 큰 틀은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한다. 주택 공급은 지자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공공주도 공급 기조 유지 방침을 확인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상호협력을 강조하긴 했지만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할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이 정부의 정책 목표와 충돌할 경우 견제에 나설 수 있다는 뉘앙스다.
오 시장의 민간주도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층수 규제 완화 공약들은 중장기적으로 도심 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주택 수가 줄고 이전수요가 생겨 전셋값, 집값에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충분한 대책 없이 ‘박원순 지우기’나 정부정책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오 시장도 이런 점들을 고려해 중앙정부와 협력하며 부작용을 최소화할 계획부터 내놔야 한다.
정부와 여당, 여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 역시 선거 중 여권 지도부가 쏟아낸 ‘부동산 반성문’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제멋대로 해석해 실패한 부동산 정책기조에 매달리면서 ‘야당 시장’ 발목잡기에 골몰한다면 더욱 준엄한 국민의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