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두 번째 배에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기회가 있었다. 노르웨이 나르비크에서 대만 가오슝까지 오는 항해였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면 36일 걸리지만, 희망봉을 돌아오면 45일이 걸리는 항해다. 이때는 기름값이 아주 저렴했다. 운하통행료가 오히려 비싸다고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않고 희망봉을 돌아서 항해하라고 지시했다. 아니나 다를까, 희망봉 남단을 지나 침로를 동으로 변경하자마자 풍랑을 만나 호되게 고생했다. 수에즈 운하 생각이 저절로 났다.
해양대학 졸업 후 항해사가 된 나는 선배 선장들의 무용담을 좋아하는 바다 사나이가 됐다. 서양의 콜럼버스, 마젤란, 캡틴 쿡과 우리나라의 신성모 엑스트라 캡틴(전 국무총리서리), 박옥규 해군참모총장, 이재송 선장과 같은 분들의 얘기는 늘 흥미로웠다. 현직으로 파나마 운하의 도선사로 근무하는 김영화 도선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해양대 2기 졸업생으로, 미국으로 이주하여 미국 선장 면허를 취득한 다음 파나마 도선사가 되었다. 미국의 선장 면허를 따서 미국 선장이 되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었다. 마침 파나마를 통과할 때 그분이 우리 배의 도선을 위해 올라오셨다. 약 1시간 이상을 같이 선교에서 있었다. 우리 배 선장님과 동기생이셔서 두 분이 옛 추억을 회상하시던 기억이 난다.
최근 수에즈 운하에서의 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좌초 사고로 세계가 잠시 멈추었다. 운하와 해운 그리고 선박의 안전운항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는 사건이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