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탐사로봇 개발 스타트업 ‘무인탐사연구소’ 조남석 대표
조남석 무인탐사연구소 대표가 6일 서울 성동구 실험실에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헬리콥터 ‘인저뉴이티’의 시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2016년 7월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북부 사막. 사방이 붉은 모래와 바위로 가득해 지구가 아닌 화성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지역에 날개 두 개와 육면체 몸체, 길게 뻗은 네 다리를 가진 작은 무인 헬리콥터 한 대가 떠올랐다. 사막 상공을 이리저리 누비던 드론은 낮은 모래 언덕을 넘는 순간 갑자기 불어닥친 강한 바람을 맞아 추락했다. 화성 비행을 염두에 둔 이날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지만 이달 11일 화성에서 첫 시험비행을 앞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용 소형 헬기 ‘인저뉴이티’의 제작에 기여하게 된다. NASA의 의뢰를 받고 이 시험용 드론을 만든 건 한국 우주탐사로봇 개발 스타트업 ‘무인탐사연구소’였다.
6일 서울 성동구 실험실에서 만난 조남석 무인탐사연구소 대표는 “인저뉴이티 개발진은 그때까지 연구실의 감압 용기 안에서만 시험을 해오다 보니 낮은 지대에서 높은 지대로 날아오를 때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몰랐다”며 “당시 실험 결과는 실제 인저뉴이티의 조종 소프트웨어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NASA는 2016년 화성과 비슷한 지형인 호주에서 화성 탐사로버 ‘퍼시비어런스’와 무인탐사헬기 인저뉴이티 개발 프로젝트인 ‘마스2020’ 콘퍼런스를 열었다. 무인탐사연구소는 당시 행사에 참여한 관계자를 통해 ‘한 달 내 시험용 드론을 만들어 달라’는 NASA 측의 요청을 받고 제작에 들어갔다. 무인탐사연구소는 곧바로 하나의 축에 위아래로 붙은 회전날개(로터) 두 개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도는 방식인 동축 반전 무선 헬기의 부품과 3차원(3D) 프린터로 제작한 본체를 이용해 시험에 사용할 드론을 제작했다.
무인탐사연구소는 달이나 화성 표면을 달리며 탐사활동을 벌이는 로버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달의 부드러운 흙을 모방해 만든 인공 ‘월면토’ 위를 달리는 시험을 거쳐 가며 새로운 바퀴 형태를 연구하고 있다. 2019년에는 미국 유타주 사막의 국제화성탐사모의기지(MDRS)에서 전 세계 로버 개발자들과 경쟁하고 식물을 재배할 만한 토양을 찾는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달에서 우주기지나 거주시설을 짓는 건설용 로버도 개발 중이다. 이를 위해 인공 월면토로 건설자재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엑스컨’ 대표를 맡았다.
달과 화성의 표면에서 탐사와 건설 임무를 수행하는 기술은 인공위성, 우주발사체와 함께 우주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떠올랐다. 미국이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계획을 발표하자 일본의 아이스페이스, 영국 스페이스비트 등 각국의 벤처기업들도 로버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조 대표는 “적극적인 투자가 관건이지만 아직 한국이 로버 개발에서 늦은 건 아니다”라며 “한국의 달 탐사에 우리 민간기업이 개발한 로버가 참여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