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아트로드]인형극의 도시 춘천
춘천인형극장 뒤편 야외극장에서 바라본 북한강변은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
《강원 춘천시는 호반의 도시다. 그만큼 춘천 시내를 휘감고 있는 의암호와 춘천호 그리고 육지 속의 바다라 부르는 소양호가 있다. 춘천의 물 위에는 고구마섬, 고슴도치섬, 남이섬, 중도 등 경치가 빼어난 섬도 많다. 물 위로 해가 지는 모습은 언제나 장관이다. 호수와 섬 인근에는 30년 넘은 전통의 춘천인형극제, 춘천마임축제를 비롯해 춘천연극제, 춘천아트페스티벌 같은 유서 깊은 공연예술축제가 열린다.》
●문화도시 춘천, 인형극의 메카 꿈꾼다
문화도시 춘천은 세계 인형극의 메카를 꿈꾼다.
올해 1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의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된 춘천시는 세계적인 인형극의 메카로 발돋움하기 위해 해외 교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벤치마킹 대상은 국제인형극학교가 있는 프랑스 샤를빌. 국제인형극연맹(유니마·UNIMA) 본부가 있는 샤를빌은 인구가 겨우 5만도 안 되는 작은 도시이지만, 매년 열리는 인형극 축제에 전 세계 인형 극단 400여 개가 찾아오고 열흘간의 축제를 위해 온 마을이 1년 동안 준비를 한다.
국제인형극연맹 한국지부(유니마 코리아)가 주최한 ‘국제 인형극 비디오캠페인’에 출품된 베트남의 인형극.
이재수 춘천시장은 2014년 춘천인형극제와 유니마 코리아 이사장을 직접 맡을 정도로 인형극에 관심이 많다. 그는 “인형극을 통해 춘천을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키우겠다”는 비전으로 국제인형극학교 설립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5년 전부터 프랑스 국립인형극학교(ESNAM) 등 세계적인 인형극 전문가 교수진을 초빙해 시범교육사업을 벌여 왔고 내년 4월 춘천인형극장 옆에 학교가 건립될 예정이다. 이 학교에는 아티스트들이 인형을 직접 제작하는 공방도 만들어져 관광 명소로 기대되고 있다.
●국제 인형극 네트워크와 유니마 코리아
유니마 총회 유치와 해외 교류 사업을 벌이고 있는 국제인형극연맹 한국지부(유니마 코리아)는 최근 온라인으로 ‘국제 인형극비디오 캠페인’을 벌였다. 전 세계 인형극인들에게 우리나라의 전통 한지를 보내주고 인형극 동영상을 보내 달라는 아이디어였는데 30개국 58개 팀이 수준 높은 작품을 보내오면서 동영상 조회수가 대박을 터뜨렸다. 코로나19로 무대를 잃은 아티스트들로부터 “팬데믹 봉쇄 속에서 창작과 소통의 기회를 마련해줘 고맙다”는 메일도 전 세계에서 쏟아졌다.
이번 공모전 캠페인을 위해 유니마 코리아 측은 강원 원주한지개발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다양한 색상의 한국 전통 한지와 훈민정음이 적힌 한지, 한지 공예품을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에게 보냈다. 유럽과 아프리카, 미주, 아시아 각국의 인형극 아티스트들은 한지를 뭉쳐 인형과 해와 달, 무지개와 바위, 나무 같은 무대장치를 만들어냈다. 또한 한지의 반투명한 질감을 이용해 빛의 농도를 변화시키는 그림자극을 창작해 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타빕 꼭두각시 인형. 훈민정음이 새겨진 우리나라 전통 한지로 만든 옷을 입은 ‘한지왕’ 캐릭터다.
태국 세마타이 마리오네트 협회의 ‘공연은 계속돼야 한다’ 인형극.
이탈리아 암비우르 인형극단의 그림자극.
유니마 코리아가 배송해준 한지를 받은 세계 각국의 인형극 아티스트들이 온라인 회의 도중 손가락 하트를 그리며 감사 인사를 보내고 있다. 국제인형극연맹 한국지부 제공
유니마 코리아는 국내에서도 인형극 영상공모전을 개최했는데 총 17개 팀이 참가해 ‘세계 인형극의 중심도시 춘천’의 면모를 세계에 알렸다.
●가볼 만한 곳=올해 33회째를 맞은 춘천인형극제는 1989년 1세대 문화기획자인 고 강준혁선생(1948∼2014)이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기획한 축제다. 2001년 개관한 춘천인형극장은 국내 유일의 인형극 전용극장이다. 특히 북한강이 흐르고 있는 춘천인형극장 뒤편 야외극장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특히 덱(deck)이 딸린 야외 카페가 오픈하면서 밤에도 명소가 되고 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춘천 ‘국제 인형극비디오 캠페인’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춘천=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