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이후]재보선 승리하자마자 고질병 도지나
국민의힘이 9일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뒤 처음으로 당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왼쪽)는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 국민들과 함께 가는 문재인 정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특정 지역 극복” “용어 조심하라”
국민의힘 초선 의원 56명이 선거 다음 날인 8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퇴임 시점에 맞춰 발표한 성명에서 “특정 지역 정당이란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문구가 논란을 촉발시켰다. 성명에 담긴 ‘특정 지역 정당’ ‘계파 정치’ 같은 표현이 영남권 의원들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와서다. 특히 5월 말∼6월 초에 이어질 원내대표 선거와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둔 미묘한 시기라서 “영남권 의원이 당 대표나 원내대표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냐”란 반발이 잇따랐다.
초선 의원들은 다음 주 초 다시 모여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선 중도 확장 노선에 동의하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성명을 내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 차기 당권, 대권 엮인 계파 갈등 조짐
초선과 영남권 의원들의 이런 움직임이 차기 전당대회, 대선 경선과 맞물리면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초선의 김웅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영남권 의원들 사이에선 “초선 그룹 성명의 배후에 ‘유승민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대선을 준비하는 유승민 전 의원 측이 원내대표 선거엔 유의동 의원을 밀고, 당 대표엔 김 의원을 미는 것 아니냐”는 것. 이에 김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계파를 대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당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초선 그룹에선 김 의원과 윤희숙 강민국 의원 등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당 대표 주자로 거론된다. 중진 중엔 주 원내대표와 정진석 홍문표 윤영석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이 회자되면서 일단 초선 대 중진 대결 구도가 짜이고 있다.
또 국민의힘 내부에선 유 전 의원이 8일 “(현 단일지도체제와 달리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한꺼번에 뽑는)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하면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집단지도체제에서 김 의원 등 초선들이 지도부에 들어가면 유승민계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갈등이 아직 크게 불거지진 않았지만 “논란이 확대되면 ‘도로 새누리당’이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에선 지난해 총선 참패 이후 친박(친박근혜)계와 친이(친이명박)계가 사실상 밀려났다. 또 외부에서 들어온 김종인 전 위원장이 당을 운영한 데다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어 사실상 계파 활동이 사라진 상태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