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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만 더” 10번째, 국민은 ‘K방역’에 지친다

입력 | 2021-04-10 12:00:00

[코로날리지(Corona+Knowledge)] <4>




슬프게도 코로나19는 이제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문밖을 나갈 때마다 집어 들어야 하는 마스크부터 학교, 일자리, 식당에서 밥 먹는 일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 속 궁금하고 알고 싶던 코로나19 이야기를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기자들이 말랑하게 풀어 전해드립니다.
“앞으로 2주가 고비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노력이 절실합니다.”

잊을 만 하면 들리는 이 말. 독자 여러분도 다들 익숙하실 겁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나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의 방역 수칙을 2주 단위로 연장할 때마다 반복하는 말입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우리는 지금까지 ‘2주 더 참기’를 몇 번이나 했을까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1월 20일부터 올해 4월 9일까지 헤아려 봤습니다. 정답은 ‘10번’입니다.

● 정부는 ‘양치기 소년?’

정세균 국무총리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2주만 참으면 된다는 메시지가 효과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1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상황에 국민의 방역 피로도는 매우 높아졌습니다. 기약 없는 영업 제한에 한숨만 나오는 자영업자와 오래전부터 ‘번 아웃’에 시달린 의료진, 폭발하는 업무량에 출근이 두려운 방역 담당 공무원, 이제는 마스크 안 쓰던 시절이 어색해진 일반 국민까지. 몸도 마음도 지친 상황에서 2주씩 10번을 참았는데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니 어쩌면 방역에 대한 참여 의지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의 이 같은 소통 방식을 ‘양치기 소년’에 비유했습니다. 양치기 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반복하자 결국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아무도 소년을 도와주지 않았다는 내용의 우화 말입니다. 물론 조금만 더 참아달라는 정부의 호소가 양치기 소년의 심심풀이용 거짓말과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2주, 4주, 6주, 8주… 참고 또 참아도 달라진 게 없으니 국민 입장에서 결과적으로 거짓말이라고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 “솔직한 타임 테이블 마련해야”

코로나19 백신 이미지. 동아일보DB

게다가 우리 정부는 코로나19의 ‘게임 체인저’라는 백신이 개발된 이후에도 국민에게만 극복의 열쇠를 쥐어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발표한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국민 메시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지금의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답은 생활방역의 실천입니다…(중략)…국민 여러분 모두가 방역의 최전선에 있는 방역 사령관으로서 함께 노력해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11월 16일 박능후 전 복지부 장관의 ‘코로나19 관련 대국민 호소문’)

백신이 개발된 뒤에는 어떨까요?

“다시 지난 겨울과 같은 유행으로 접어들지, 코로나를 이겨내는 길로 접어들지는 국민 여러분의 참여에 달려 있습니다.” (4월 4일 권덕철 복지부 장관의 ‘코로나19 관련 대국민 담화문’ 중 일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백신이 나왔는데도 대체 어디로 갔는지 자꾸만 국민 참여만이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고 하니 어쩐지 힘이 쭉 빠집니다. 대다수 국민은 이미 열심히 마스크를 쓴 채로 ‘10시 통금’을 칼같이 지키고 5인 이상 모임도 꾹 참고 있는데 말이죠.

정 교수는 이제 정부가 ‘솔직한 타임 테이블’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정 교수는 “무작정 조금만 더 기다리라는 요구는 국민의 한정된 인내심을 당겨쓰는 것”이라며 “시기별로 세운 방역 성과 목표를 공유해서 앞으로 얼마나 더 힘든 고비가 남았는지 솔직하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확산세를 꺾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이 핵심인 만큼 원활한 백신 수급의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백신 수급은 늦어지니 지금 우리 국민은 기댈 곳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나저나 과연 앞으로 우리는 ‘2주 더 참기’를 몇 번 더 해야 할까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총 10번을 했는데, 내년 이맘때쯤 헤아려 봤을 때 부디 20번이 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