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날리지(Corona+Knowledge)] <4>
슬프게도 코로나19는 이제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문밖을 나갈 때마다 집어 들어야 하는 마스크부터 학교, 일자리, 식당에서 밥 먹는 일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 속 궁금하고 알고 싶던 코로나19 이야기를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기자들이 말랑하게 풀어 전해드립니다.
“앞으로 2주가 고비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노력이 절실합니다.”
잊을 만 하면 들리는 이 말. 독자 여러분도 다들 익숙하실 겁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나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의 방역 수칙을 2주 단위로 연장할 때마다 반복하는 말입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우리는 지금까지 ‘2주 더 참기’를 몇 번이나 했을까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1월 20일부터 올해 4월 9일까지 헤아려 봤습니다. 정답은 ‘10번’입니다.
● 정부는 ‘양치기 소년?’
정세균 국무총리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의 이 같은 소통 방식을 ‘양치기 소년’에 비유했습니다. 양치기 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반복하자 결국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아무도 소년을 도와주지 않았다는 내용의 우화 말입니다. 물론 조금만 더 참아달라는 정부의 호소가 양치기 소년의 심심풀이용 거짓말과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2주, 4주, 6주, 8주… 참고 또 참아도 달라진 게 없으니 국민 입장에서 결과적으로 거짓말이라고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 “솔직한 타임 테이블 마련해야”
코로나19 백신 이미지. 동아일보DB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지금의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답은 생활방역의 실천입니다…(중략)…국민 여러분 모두가 방역의 최전선에 있는 방역 사령관으로서 함께 노력해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11월 16일 박능후 전 복지부 장관의 ‘코로나19 관련 대국민 호소문’)
백신이 개발된 뒤에는 어떨까요?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백신이 나왔는데도 대체 어디로 갔는지 자꾸만 국민 참여만이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고 하니 어쩐지 힘이 쭉 빠집니다. 대다수 국민은 이미 열심히 마스크를 쓴 채로 ‘10시 통금’을 칼같이 지키고 5인 이상 모임도 꾹 참고 있는데 말이죠.
정 교수는 이제 정부가 ‘솔직한 타임 테이블’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정 교수는 “무작정 조금만 더 기다리라는 요구는 국민의 한정된 인내심을 당겨쓰는 것”이라며 “시기별로 세운 방역 성과 목표를 공유해서 앞으로 얼마나 더 힘든 고비가 남았는지 솔직하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확산세를 꺾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이 핵심인 만큼 원활한 백신 수급의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백신 수급은 늦어지니 지금 우리 국민은 기댈 곳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나저나 과연 앞으로 우리는 ‘2주 더 참기’를 몇 번 더 해야 할까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총 10번을 했는데, 내년 이맘때쯤 헤아려 봤을 때 부디 20번이 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