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 김상조 · 박주민 · 김어준 행보 ‘심판론’ 촉발 … “이해찬도 선거 감각 떨어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선거전 초반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보이기도 한 박 후보는 18.32%p라는 큰 차이로 패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 문제가 터져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제기된 가운데 여권 인사들이 연거푸 악재를 제공하며 지지율 하락을 이끌었다는 지적도 있다.
“박원순은 몹쓸 사람이었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왼쪽부터). 동아DB
임 전 실장은 3월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 청렴이 여전히 중요한 공직자 윤리라면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고 말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기자회견을 통해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우리 사회에 나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졌다”고 밝힌 지 일주일 만이었다.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세가 상한제 시행 직전 전세 가격을 14.1% 올린 사실이 밝혀져 3월 29일 경질된 것이다. 김 전 실장은 업무상 비밀 이용 혐의로 고발당해 경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이틀 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임대차 3법 통과를 한 달가량 앞둔 지난해 7월 3일 임대료를 9.1% 인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분노를 부채질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6월 9일 법안 제안 이유를 “임대료를 조정할 때 그 인상폭이 지나치게 높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부동산 논란이 거세진 와중에 별도의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음으로써 상황을 방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어준과 오세훈 대결로 보여”
이해찬 전 대표(왼쪽)와 방송인 김어준 씨. 동아DB
여권은 사과 대신 네거티브전으로 상황을 돌파하려 했다. 김어준 씨를 중심으로 오 시장의 ‘내곡동 땅 특혜 보상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여당 지지자의 결집을 호소한 것. 김씨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연일 오 시장의 내곡동 땅 특혜 보상 의혹을 다뤘다. 특히 해당 의혹이 생태탕 논란으로 비화하면서 민주당은 오 시장이 내곡동 인근 식당에서 생태탕을 먹었는지를 가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제기된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박영선 대 오세훈‘이라는 인물 대결로 상황을 끌고 가며 박 후보의 강점을 부각해야 했다. 네거티브전으로 대응한 탓에 시민들 눈에 이번 선거가 김어준과 오세훈의 대결로 보였다”며 “지난 4년간 실정에 대한 반성 없이 다시금 심판자로 자리매김하려는 모습에 시민들이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