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에서 흑인 투표권 제한 우려가 높은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흑인 인권단체 회원들이 “우리에게 투표권을 달라”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NBC 뉴스 화면 캡처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This is Jim Crow on steroids.”
흑인 지지층이 많은 민주당은 개정안에 반대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스테로이드 주사 맞은(on steroids) 짐 크로법이다”라며 흥분합니다. 스테로이드 약물은 생체기능 강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짐 크로는 1800년대 연극에 등장했던 흑인 극중 인물의 이름으로, 과거 남부에서 많이 만들어졌던 인종차별법을 짐 크로법이라고 합니다. “개정안은 초강력판 인종차별법이다”라는 의미겠죠.
개정안을 막후 주도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카콜라, 델타항공에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지역 기업’들이 반대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코크, 델타, 그리고 너희 모두 내 말 듣고 있는 거지!”라며 분노를 폭발시킵니다. 이 기업들에 대한 보이콧을 촉구하겠다는 겁니다.
△“Georgia companies can‘t have it both ways.”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복잡합니다. 개정안이 처음 입안되고 상정되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별로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았고, 심지어 은근히 지지 태도까지 보였습니다. 그렇다가 개정안이 막상 통과된 후 사회적 반발이 거세지고 대통령까지 우려를 표명하자 그제야 반대 활동에 나섰습니다. 그래서 시민단체들은 “기업의 두 얼굴”이라며 비판하고 있죠. 한 시민단체 대표는 “조지아 기업들은 양쪽을 다 가질 수 없다”며 정곡을 찌릅니다. ‘Have it both ways’는 ‘양다리를 걸치다’라는 뜻이죠.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