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전주교구, 김대건신부 탄생 200주년 맞아 8월까지 제작-설치
나바위 성지의 ‘치유의 경당’에 대해 설명하는 강승훈 신부. 이 경당에는 김대건 신부와 다블뤼 신부의 유해 일부가 안치돼 있다. 익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9일 찾은 전북 익산시 나바위 성지는 봄기운 속에 몇몇 순례객이 성지를 돌아보고 있었다.
천주교전주교구 나바위 성지(주임 강승훈 신부)는 올해 김대건 신부(1821∼1846) 탄생 200주년을 맞아 8월까지 라파엘호를 제작해 성지에 설치할 예정이다. 라파엘호는 1845년 중국 상하이에서 사제품을 받은 김 신부가 조선에 입국할 당시 타고 온 배의 이름이다.
교회사에 따르면 그해 8월 31일 김 신부는 제3대 조선대목구장 페레올 주교와 다블뤼 신부(후에 제5대 조선대목구장), 교우 11명과 함께 귀국길에 오른다. 이 배는 무동력 범선으로 당시 제물포를 향했으나 풍랑으로 28일간 표류 끝에 제주시 용수리에 표착한다. 배 수리 뒤 다시 출발한 라파엘호는 10월 12일 ‘황산포 나바위 화산 언저리’에 닻을 내린다. 그래서 제주 용수성지는 김 신부 일행이 조선에 입국한 첫 장소, 나바위는 조선 본토 중 첫 착지처(着地處), 즉 처음 발을 내디딘 곳으로 기록돼 있다.
이날 강 신부와 함께 둘러본 나바위 성지 주변은 1925년 대규모 간척 사업이 진행돼 금강 물줄기가 들어왔다는 당시의 분위기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조선시대 유학자 송시열은 너럭바위가 많은 경관에 감탄해 이곳을 화산(華山)으로 불렀는데, 성지 뒤편에 그 글자를 새긴 바위가 있다.
나바위 성지에서는 길이 14.6m, 높이 2.1m, 너비 4.8m 규모의 라파엘호를 제작 중이다. 제주 용수성지에서 고증·복원한 라파엘호와 전주교구가 제공한 자료, 전통 선박 전문가의 조언, 익산시의 지원을 받았다. 이 배는 김대건 신부 탄생일인 8월 21일까지 제작을 마친 뒤 성지 내에 마련된 착지처에 설치될 예정이다.
복원 중인 라파엘호의 도면. 나바위 성지 제공
나바위 성지는 김대건 신부의 행적에 맞춰 행사를 진행한다. 8월 21일 김대건 신부의 삶과 영성을 주제로 한 토크 콘서트에 이어 착지일인 10월 12일 3.5km에 이르는 행렬 재연과 미사가 이어진다.
강 신부는 “젊은 나이에 순교한 김대건 신부님의 삶은 신앙 여부에 관계없이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라는 메시지를 준다”며 “모든 분들이 첫 마음과 다짐, 꿈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익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