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입주해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모습. 2021.4.11 © News1
지난 11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되고 있는 배터리 분쟁을 모두 종식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019년 4월부터 진행된 모든 소송 절차는 마무리됐다.
양사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으로 총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을 지급하는 안에 합의했다. 또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 동안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조지아주 제1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SK이노베이션 제공)
하지만 미국 내 영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실(失)보다 득(得)이 더 크다는 의견이 많다. ITC 결정에 따라 10년 동안 배터리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된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州)에 건설 중인 공장을 유예기간인 1~2년만 가동하고 그 이후엔 문을 닫을 상황이었는데, 합의가 성사되면서 이런 제한이 모두 없어졌다.
전세계 3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게 됐다는 의미도 있다. 현재 중국 시장은 정부가 자국 배터리 기업을 우대하고 있으며 유럽 시장은 유럽연합(EU)이 의욕적으로 역내 배터리 생산을 확대하고 있어 한국 기업은 이들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에는 아직 유력한 자국 배터리 기업이 없으며, 미국 내에서 대규모 배터리 생산 기지를 확보한 기업도 SK이노베이션·LG에너지솔루션·파나소닉 등 3곳에 불과할 정도로 경쟁이 다소 수월한 편이다. 특히 현재 한국 배터리 기업의 가장 큰 경쟁자는 중국으로 꼽히는데, 최근 미국 정부는 중국 제품을 견제하며 의존도를 낮추고 있어 한국 배터리 기업의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 News1
현재 건설 중인 조지아주(州) 공장이 완공되면 SK이노베이션은 연간 43만대 분량(21.5GWh)의 배터리를 생산해 테슬라 기가 팩토리(35GWh) 다음으로 규모가 큰 배터리 공급사가 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불확실성을 줄인 건 SK이노베이션에게 플러스 요인인 것 같다”며 “아직 미국 시장에서 경쟁자가 많지 않은 만큼 지금이라도 집중해 사업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