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 부통령과 회담을 갖고 있다. (총리실 제공) 2021.4.12/뉴스1
이란을 방문한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에스하그 자항기리 수석부통령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란 핵합의(JCPOA) 관련 당사국 간 건설적 대화가 진전되는 것을 측면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란 측이 “한국 정부가 가능한 한 빨리 이란 원유 수출대금(70억 달러) 동결조치를 해제하라”고 촉구한 데 대한 답변으로, 미국-이란 간 갈등이 계속되는 핵합의 복원을 위해 나름의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정 총리의 이란 방문은 이란 당국의 한국케미호 억류 해제와 연계된 외교 행보다. 조만간 퇴임을 앞둔 총리라지만 그 발언이 립서비스로 끝날 수는 없다. 이란이 억류 3개월여 만에 우리 선박을 풀어준 것은 한국 내 이란 동결자금 문제가 근본적으로 미-이란 핵합의 복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의 결과일 것이다. 우선 미국과의 외교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미국의 동맹인 한국의 역할에도 기대를 걸어보겠다는 의사표시인 셈이다.
하지만 이란 핵 갈등은 해소될 기미가 안 보인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은 전임 행정부가 일방 탈퇴한 핵합의로의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사태는 계속 꼬이고 있다. 정 총리 방문 와중에도 이스라엘의 사이버공격으로 추정되는 핵시설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중동의 세력균형 질서를 다시 짜는 문제인 만큼 미-이란 외교만으로 해결될 일도 아닌 것이다.
조만간 나올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을 두고 정부 안팎에선 벌써 이란 핵합의 모델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 핵 갈등에 끼어들려는 것도 그런 편의적 낙관에 빠져 있기 때문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아무리 참견 수준일망정 외교 행보에는 그럴 역량과 자격을 갖췄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의욕과 기대만 앞세워선 참사를 낳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