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인프라 공유로 미래인재 키울 디지털 신기술 혁신공유대학 사업 복잡하고 어렵고 저항이 클수록 내부자원 공개하고 협업해야 생존 가능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아주대 산업공학과 교수
조직에 있어 협력의 중요성은 2003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헨리 체스브로 교수가 제시한 개방형 혁신 개념과 함께 강조됐다. 조직이 혁신하는 과정에서 내부 자원뿐 아니라 외부 자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융·복합 기술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으로 강조되었으며, 최근에는 디지털 컨버전스로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연계가 중요해짐에 따라 다시 각광받고 있다. 개방형 혁신의 여러 성공 전략을 적용해 보자면 대학 간 협력에 있어서도 시사점이 많다.
첫째, 명확한 목표의 설정은 많은 성공 사례에서 공통적인 특징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산업의 발전을 촉진시키고 자사 기술을 표준으로 만들고자 자사가 보유한 핵심 특허들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구글은 아이폰 중심의 스마트폰 시장을 재편하려고 안드로이드를 인수했고, 운영체제를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개했다. 도요타는 물류, 배송, 수송 등 다양한 목적의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해 우버, 아마존, 마쓰다, 피자헛 등과 함께 ‘e-Palette’ 협의체를 구성했다.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수많은 외부 자원 중 무엇을 취할지 결정하기 어렵다. 그러니 목표에 따라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내부 자원인 교원, 콘텐츠, 인프라 중 무엇을 개방하고, 다른 대학과 어떤 협력관계를 구축해 어떠한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많은 곳에서 대학의 위기를 이야기한다. 수요의 관점에서는 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줄어들 것이며, 공급의 관점에서는 무크(MOOC·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의), 테드(TED)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세계 최고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는 코로나19 이후 2030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나 개방형 혁신은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한다. 최근 코로나 상황에서의 여러 사례는 개방형 혁신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여준다. 글로벌 협력을 통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백신이 개발되고 있으며, 포드는 GE헬스케어, 3M 등과 협력해 산소호흡기 생산에 뛰어들었다. 개방형 혁신을 통해 대학은 자신의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더욱 전문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협력 플랫폼을 중심으로 세상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기민하게 대응하여 필요한 역량을 보유한 인재를 적시에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개방형 혁신을 지향하는 혁신공유대학 사업이 복잡해 보이겠지만, 대학의 생존 위기를 극복하는 좋은 시작임에 틀림없다.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아주대 산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