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의 절반 접종하며 일상 복귀 성큼 백신 확보 여부에 싸움의 승부가 갈려
유재동 뉴욕 특파원
이런 폭발적인 백신 수요에 맞추기 위해 당국도 공급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처음엔 체육관이나 야구장 같은 곳에서만 접종이 가능했지만 요즘에는 동네 약국과 편의점, 영화관 등에서도 백신을 맞을 수 있다. 백신이 부족했던 전과 달리 나이, 건강 상태, 체류 자격 등은 따지지 않는다. 미리 예약만 하고 주거지를 증명할 서류만 갖고 오면 누구에게나 무료로 놔준다. 고위험군 대부분이 이미 백신을 맞은 이상, 이젠 누가 더 먼저 맞아야 공정한지는 따질 필요도, 그럴 시간도 없다. 지금은 무조건 ‘빨리, 그리고 많이’ 맞히고 보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지난해부터 백신 개발과 생산에 온 힘을 다했던 미국은 이처럼 접종도 마치 한바탕 전쟁을 치르듯이 하고 있다. 국민들도 우려했던 것보다는 별 거부감 없이 비교적 잘 동참하는 모습이다. 이런 태도에선 하나의 일관된 흐름이 보인다. 이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낼 무기는 결국 백신이라는 판단, 그리고 이를 성취하기 위한 강한 목표의식이다. 이런 인식 앞에선 여야가 따로 없다. 방역 대책에 많은 허점을 노출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임 당시 백신 개발만큼은 ‘빛보다 빠른 속도’(워프 스피드)로 밀어붙였다. 바통을 이어받은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전시물자법까지 동원해가며 백신 확보와 공급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 미국이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와 마스크 착용 논란 등으로 어느 나라보다 많은 피해를 봤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백신 접종자가 성인의 45%를 넘은 지금은 일상 복귀의 고지가 비교적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누가 먼저 승리하느냐는 백신을 얼마나 확보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백신 디바이드’가 현실화되고 있다. 집단면역 형성 시기가 몇 개월만 차이가 나도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엄청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이 불행한 시기를 빨리 끝내는 노력에선 뒤처진 측면이 많다. 작년에 무슨 이유로 백신 확보가 지체됐는지는 나중에라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유재동 뉴욕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