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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속도 50km vs 시속 60km 동시주행 결과는…

입력 | 2021-04-13 03:00:00

[속도에서 생명으로]〈1〉‘안전속도 5030’ 도심 주행해보니




17일부터 전국에서 도심의 일반도로는 시속 50km, 이면도로는 시속 30km로 최고속도를 제한하는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전면 시행된다.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군에 시속 50km 제한과 단속을 알리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일 오후 1시경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옆.

똑같은 조건을 갖춘 차량 2대가 동시에 출발했다. 목적지는 서울 강남구 강남역사거리. 도심을 운행하는 9.87km 코스도 같다. 다만 A차량은 제한속도 시속 50km를 지키고, B차량은 시속 60km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2013년부터 이어온 교통기획 캠페인을 2021년 새롭게 선보인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캠페인은 17일부터 전국적으로 정부가 시행하는 ‘안전속도 5030’ 정책의 현장 실험으로 문을 열었다.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 12개 기관이 협의회를 꾸려 만든 안전속도 5030은 도심부 일반도로의 제한속도를 기존 시속 60km에서 50km로 낮추고, 이면도로는 시속 30km로 최고 속도를 제한한다.

주행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일부의 우려나 예상과 달리 시속 50km로 가도 도착시간은 별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50km로 운행한 A차량이 35분 20초가 걸린 반면에 시속 60km까지 허용한 B차량은 35분 32초로 12초가 더 걸렸다. 실험에 동행한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속도보다 교차로 신호대기에 따른 차이가 더 영향을 준다”며 “주행 차량이 극히 적은 심야가 아니라면 시속 10km는 큰 차이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심서 50km 이하 지킨 차량, 60km까지 달린 차보다 먼저 도착

“도심 주행속도를 시속 10km만 낮춰도 사망사고가 크게 줄어든다.”

이런 취지를 담은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지난해 시범 운영될 때만 해도, 일부에서는 우려 섞인 전망도 적지 않았다. 안 그래도 복잡한 도심에서 주행시간이 늘어지면 시민들이 더 불편을 겪을 거란 볼멘소리였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2일 실제 실험한 결과에서 나타나듯,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벌인 다른 실험에서도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 치고 나가도 신호 걸리면 엇비슷해

동아일보는 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사거리∼강남역사거리(9.87km)와 함께 경기 수원의 경수대로 지지대교차로∼터미널사거리(7.19km)에서도 실험했다. 역시 똑같은 조건의 차량 1대는 시속 50km 이하(A차량)로, 다른 B차량은 시속 60km 이하로 동시에 같은 길을 달리는 방식이었다. “두 구간은 평일 교통량이 많고 중간에 신호대기 없는 터널, 고가도로 등도 있어 주행속도 비교에 좋다”는 경찰청의 조언에 따라 평일 낮 시간에 진행했다.

서울 세종대로사거리∼강남역사거리는 시속 50km 이하의 차량이 12초 먼저 도착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원인은 교차로 신호대기와 차로 선택이었다. B차량이 한남대교까진 꽤 앞섰지만 신사역사거리에서 2∼3분 신호대기에 걸려 있는 사이 A에 따라잡혔다. 강남에서 주로 1차로를 이용한 B차량은 끼어드는 차량들 탓에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그 사이 바깥 차로를 간 A차량은 별다른 방해 없이 먼저 치고 나갔다.

물론 이는 예외적인 결과일 수도 있다. 실제로 경수대로 지지대교차로∼터미널사거리에서는 B차량이 먼저 도착했다. 이 구간은 지하차도 2곳과 고가차로 1곳이 있어 신호 대기로 통행이 지연되는 일이 비교적 적다. 그러다 보니 실험 구간에서 약 6분의 1 지점인 파장천사거리에서 간격이 벌어졌다. 특히 A차량이 교차로에서 신호에 걸리며 간격은 더 벌어졌다. 결국 B차량은 3분여를 앞서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 실험도 시사하는 바는 컸다. B차량도 고가차로 등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시속 50km 이상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다른 차량들의 흐름이 일정하다 보니 위험한 곡예운전을 하지 않는 이상 치고 나갈 상황이 마련되지 않았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조준한 수석연구원이 말한 대로 “결국 통행시간에 영향을 주는 것은 교차로 신호 대기나 차로를 바꾸려는 차량들의 움직임”이었다.

○ “택시도 피해 없어”… 덴마크 독일 등 시행

한국교통안전공단이 2018년 말 전국 27개 노선에서 실시한 정밀 주행실험도 결과는 비슷하다. 제한속도를 시속 50km로 낮춰 달려도 늘어난 주행시간은 평균 2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제한속도를 낮추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엄청나다. 경찰청 관계자는 “제한속도를 시속 10km 낮추면 보행 중 사망자를 25%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보행 중 사망자는 1093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3081명)의 35.5%였다.

교통안전공단 설문조사에서 운전자의 약 22%는 도심부 제한속도를 낮추는 데 반대했다. 특히 택시업계는 매출 감소를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교통안전공단 측은 “택시요금 실증조사 진행 결과에서도 제한속도 변화에 따른 통행요금 및 시간 차이는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도로교통공단, 손해보험협회 등은 ‘안전속도 5030 협의회’를 꾸려 운전자 인식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덴마크 호주 독일 등 선진국이 속도 감소에 따른 보행자 사고 감소를 경험했듯이 우리도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 차량 일단 멈춰야
올해 도입 예정인 교통안전 법안들

17일부터 시행되는 ‘안전속도 5030’ 정책과 함께 올해는 여러 교통 관련 규정이 도입, 변경된다. 핵심은 보행자 우선 환경 구축이다.

정부는 보행자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기다릴 때도 운전자의 일시 정지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한다. 기존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만 일시 정지 의무가 있었다. 5월부터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불법으로 주·정차한 차량의 과태료 및 범칙금이 일반도로의 3배로 오른다. 10월부터는 스쿨존 주·정차 금지가 의무화되고 스쿨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를 내면 특별안전교육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

정부는 이륜차의 번호판이 눈에 잘 띄도록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7월부터는 새로 제작한 3.5t 이상 화물 및 특수차량에 차로 이탈을 막고 비상 시 자동으로 제동해주는 장치 장착이 의무화된다. 현재는 20t 이상 화물차만 의무사항이다. 고속버스나 시외·전세버스, 택시 등 여객운수 업종 종사자는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운전이 한 번이라도 적발되면 운수종사자 자격이 취소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올해 안에 도입된다.

○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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