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0대 비대위원 3인이 본 재보선 표심
국민의힘 김병민 비상대책위원(39)은 4·7 재·보궐선거 야당 압승의 핵심 요인인 2030세대의 몰표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1개월 동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었던 청년 비대위원 3명 모두에게 이번 선거의 의미와 내년 대선 전망을 들어봤다. 김 위원과 김재섭(34) 정원석(33) 위원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장 등에서 2030세대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연설하며 열띤 호응을 주는 것을 지켜봤고 그 호응이 표심으로 이어지는 것까지 확인했다.
○ “2030의 변심은 문 정부에 대한 배신감 때문”
2030세대의 표심 변화에 대해 이들은 하나같이 ‘국민의힘의 공’이라고 보지 않았다. 정 위원은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이 70%, 국민의힘 변화 의지가 30%였다고 본다”고 했고, 김재섭 위원은 “2030은 내 삶이 힘들어서 문재인 정부, 더불어민주당 비판을 했던 것이지, 국민의힘을 원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병민 위원은 “선거운동을 하면서 만난 2030들은 유독 ‘배신’이라는 표현을 많이 했다. 지난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까지 다 몰아줬는데, 정부 여당의 모든 말이 실체 없는 레토릭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설명이었다”고 했다.
김병민 위원도 “우리 당의 부족한 점으로 여전히 ‘공감 능력 결여’를 꼽고 싶다”며 “20대의 다양한 목소리에 세밀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 반사이익, 공정이라는 키워드 하나에 기대 지지율을 끌고 가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꼰대, 노쇠한 정당 틀을 벗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 “내년 대선은 심판론보다는 비전 선거로”
국민의힘은 선거 이후에도 ‘부동산 실정 심판’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지만, 청년 비대위원들은 문재인 정부 심판론만으로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김병민 위원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는 전임 당 대표 때와 달리 대규모 광화문 과격 집회를 한 번도 하지 않았고, 폭행 사건 등으로 논란이 되는 사람들을 즉각 징계하는 등 최소한 대안 정당으로서의 기본적인 모습은 갖춰 놨다”고 했다. 그러면서 “1년 동안 외상으로 받아온 표이기 때문에 계속 성과로 표현해야 다음 선거에서도 이길 수 있다”면서 “내년 대선까지 심판성 선거로 끌고 가면 국민들은 외면한다. 내년 대선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선거로 이끌어야 이긴다”고 했다.
김재섭 위원은 “선거에서 압도적 표차로 이겼지만, 최근 당내에선 복당이니 합당이니 하는 얘기뿐”이라며 “이기자마자 바로 권력 다툼을 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결국 옛날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 “전국 200명 2030 청년 소장파 양성해야”
위원들은 앞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여야 청년 정치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년 정치인 양성 방안에 대해 정 위원은 “과거처럼 단순히 보람과 미래 보상을 미끼로 젊은 세대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공정한 (정치적 경제적) 보상과 지원 프로토콜을 갖춰야 능력 있는 청년이 올 것”이라고 했다. 김병민 위원은 “선거 때만 청년을 찾는 정당으로는 한없이 부족하다. 전국 220개가 넘는 기초자치단체에 청년 의원 1명씩만 당선돼도 200명이 넘는 청년 기초의원이 된다”며 ‘2030 소장파 200명 양성론’을 꺼냈다. 김재섭 위원은 “청년 정치인도 어느 한 직능이나 분야에 식견과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며 스스로의 노력 문제도 짚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유성열·윤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