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선거서 1라운드 경쟁 “원 구성 그대로” vs “野와 협상”… 친문 윤호중-비주류 박완주 격돌 당대표-최고위원 두고 잇단 승부… 국민-일반당원 반영률 상향 검토 친문 의원들 반발 만만치 않을 듯… 초-재선 모임 구체적 쇄신안 못내
12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비대위원들이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도 위원장은 “패배에 대한 책임 역시 우리 모두에게 있다”며 16일 원내대표 선거에 대해 “질서 있는 쇄신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4·7 재·보궐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친문 핵심 인사들은 “당의 단합”을 앞세워 차기 대선의 중심으로 활동하겠다는 의도지만 비주류 진영에서는 “일방적인 패권주의는 바뀌어야 한다”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두 진영의 격돌은 짧게는 원내대표 선거, 길게는 대선 후보 경선까지를 염두에 둔 싸움이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는 수도권 친문 핵심인 윤호중 의원(58·4선·경기 구리)과 충청의 박완주 의원(55·3선·충남 천안을)이 뛰어들었다.
○ 윤 “원 구성 그대로” vs 박 “원 구성 협상부터”
이해찬 전 대표 체제에서 당 사무총장을 지낸 윤 의원은 2012년 대선 전부터 문 대통령 곁을 지킨 친문 핵심이다. 반면 박 의원은 2016년 우상호 원내대표 체제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냈고 86그룹이 주축이 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더좋은미래’에서 중추적으로 활동했다.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 대한 진단도 엇갈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 의원은 “(지난해) 1기 원내대표의 원 구성 협상 내용에 따라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법사위를 야당에 넘겨주지 않고 17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독식한 지금 구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반면 박 의원은 “상임위원장직 배정과 부의장 선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원 구성 과정에서 야당은 여당의 상임위원장직 독식에 반발하며 야당 몫 국회 부의장도 추천하지 않아 현재 공석이다. 박 의원은 여야 협치 복원을 위해 일부 상임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넘기겠다는 것.
두 의원의 엇갈린 태도는 선거 패배 원인 분석과도 맞닿아 있다. 윤 의원은 ‘개혁이 미진해서 졌다’는 쪽에 가깝고, 박 의원은 ‘여권의 독주가 민심 이반을 불렀다’는 진단을 핵심으로 보고 있다.
○ 전당대회, 대선 경선까지 갈등 가능성
다만 민주당의 이번 갈등은 탈당 사태로 번진 2007년 열린우리당 상황과는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진영별로, 계파별로 생각이 다르다고 탈당이란 극단적 선택까지는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2007년 열린우리당과 2016년 국민의당을 봐도 탈당은 공멸의 길이란 걸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친문과 경쟁하는 비주류 진영이 ‘비문(비문재인)’을 자처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열성 지지층의 힘이 여전히 세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이상을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와의 노골적인 선긋기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초·재선들은 도돌이표 토론만
친문 핵심 진영과 비주류 간 경쟁 구도가 팽팽하다 보니 당의 쇄신 움직임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초·재선들은 연이어 모임을 갖고 당 쇄신에 대해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행동 방안은 도출하지 못했다. 이들은 이날 각각 성명을 발표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부동산 정책 등은 담기지 않았다.
한 재선 의원은 “다들 ‘이대로는 안 된다’고는 생각하지만 당의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 복안을 말하기 어렵다”며 “원내 사령탑이 선출되고 나면 좀 더 정교한 대안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초선 모임에 참석했던 한 의원도 “지난 모임과 같이 도돌이표 반성만 거듭할 뿐 쇄신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결론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