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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친문 핵심 “뭉치자” vs 비주류 “바꾸자”… 대선 겨냥 주도권 다툼

입력 | 2021-04-13 03:00:00

원내대표 선거서 1라운드 경쟁
“원 구성 그대로” vs “野와 협상”… 친문 윤호중-비주류 박완주 격돌
당대표-최고위원 두고 잇단 승부… 국민-일반당원 반영률 상향 검토 친문
의원들 반발 만만치 않을 듯… 초-재선 모임 구체적 쇄신안 못내




12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비대위원들이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도 위원장은 “패배에 대한 책임 역시 우리 모두에게 있다”며 16일 원내대표 선거에 대해 “질서 있는 쇄신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년 대선을 11개월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권력 투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핵심은 2017년 대선 때부터 이어져 온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주도권 연장 여부다.

4·7 재·보궐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친문 핵심 인사들은 “당의 단합”을 앞세워 차기 대선의 중심으로 활동하겠다는 의도지만 비주류 진영에서는 “일방적인 패권주의는 바뀌어야 한다”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두 진영의 격돌은 짧게는 원내대표 선거, 길게는 대선 후보 경선까지를 염두에 둔 싸움이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는 수도권 친문 핵심인 윤호중 의원(58·4선·경기 구리)과 충청의 박완주 의원(55·3선·충남 천안을)이 뛰어들었다.

○ 윤 “원 구성 그대로” vs 박 “원 구성 협상부터”

이해찬 전 대표 체제에서 당 사무총장을 지낸 윤 의원은 2012년 대선 전부터 문 대통령 곁을 지킨 친문 핵심이다. 반면 박 의원은 2016년 우상호 원내대표 체제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냈고 86그룹이 주축이 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더좋은미래’에서 중추적으로 활동했다.

두 후보는 12일 출사표에서부터 극명하게 엇갈렸다. 윤 의원은 “당의 단합과 쇄신을 통해 4기 민주정부를 창출하겠다”고 했고, 박 의원은 “(그동안) 당정청 협의도, 당내 협의도 실질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4년 동안의 여권 운영 방식에 대해 서로 상반된 진단을 내놓은 것이다.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 대한 진단도 엇갈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 의원은 “(지난해) 1기 원내대표의 원 구성 협상 내용에 따라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법사위를 야당에 넘겨주지 않고 17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독식한 지금 구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반면 박 의원은 “상임위원장직 배정과 부의장 선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원 구성 과정에서 야당은 여당의 상임위원장직 독식에 반발하며 야당 몫 국회 부의장도 추천하지 않아 현재 공석이다. 박 의원은 여야 협치 복원을 위해 일부 상임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넘기겠다는 것.

두 의원의 엇갈린 태도는 선거 패배 원인 분석과도 맞닿아 있다. 윤 의원은 ‘개혁이 미진해서 졌다’는 쪽에 가깝고, 박 의원은 ‘여권의 독주가 민심 이반을 불렀다’는 진단을 핵심으로 보고 있다.

○ 전당대회, 대선 경선까지 갈등 가능성

이번 원내대표 선거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앞으로 11개월 동안 펼쳐질 여권 내 주도권 다툼의 1라운드이기 때문이다. 16일 원내대표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민주당은 전당대회 레이스에 돌입한다. 다음 달 2일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고 나면 본격적으로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윤 의원이 승리한다면 친문 진영에 대한 비주류의 견제가 더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며 “반대로 박 의원이 이긴다면 전당대회에서 친문 진영이 대대적으로 결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장 5명을 뽑는 최고위원 후보 등록도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 따라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이날 첫 회의를 열고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과정에서 국민과 일반 당원의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행 투표 반영 비율은 대의원(45%), 권리당원(40%), 국민(10%), 일반 당원(5%)이다. 강성 친문 지지층이 많이 포진한 권리당원에 비해 낮게 편성된 국민과 일반 당원의 비율을 끌어올려 당심과 민심 간 괴리를 좁히겠다는 취지다. 다만 친문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선우 대변인은 “지금 손대기에는 일정이 촉박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추가 논의할 뜻을 밝혔다.

다만 민주당의 이번 갈등은 탈당 사태로 번진 2007년 열린우리당 상황과는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진영별로, 계파별로 생각이 다르다고 탈당이란 극단적 선택까지는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2007년 열린우리당과 2016년 국민의당을 봐도 탈당은 공멸의 길이란 걸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친문과 경쟁하는 비주류 진영이 ‘비문(비문재인)’을 자처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열성 지지층의 힘이 여전히 세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이상을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와의 노골적인 선긋기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초·재선들은 도돌이표 토론만

친문 핵심 진영과 비주류 간 경쟁 구도가 팽팽하다 보니 당의 쇄신 움직임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초·재선들은 연이어 모임을 갖고 당 쇄신에 대해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행동 방안은 도출하지 못했다. 이들은 이날 각각 성명을 발표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부동산 정책 등은 담기지 않았다.

한 재선 의원은 “다들 ‘이대로는 안 된다’고는 생각하지만 당의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 복안을 말하기 어렵다”며 “원내 사령탑이 선출되고 나면 좀 더 정교한 대안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초선 모임에 참석했던 한 의원도 “지난 모임과 같이 도돌이표 반성만 거듭할 뿐 쇄신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결론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