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세포폐암 3세대 표적치료제 기존 약제에 내성 생긴 경우 처방 환자 삶의 질 높이고 생존율 향상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조병철 교수가 전임상연구로 유명한 세브란스 에비슨 의생명연구센터에서 국내 31호 신약 폐암 표적치료제인 ‘렉라자’의 개발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렉라자는 어떤 약인가?
“유한양행이 개발한 렉라자(성분명:레이저티닙)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를 타깃으로 하는 3세대 표적치료제다. 즉 폐암이 먹고사는 성장인자 수용체인 EGFR를 ‘셧다운’시켜 암의 성장을 멈추게 한다.”
―렉라자 임상을 진행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기존 치료제와 비교할 때 렉라자의 강점은.
“기존 3세대 표적치료제인 타그리소라는 약이 나온 이후 수많은 다국적 제약사에서 3세대 표적치료제를 개발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중단됐다. 그 와중에 렉라자는 성공적으로 개발됐다. 임상종양학 저널 표지에 게재된 렉라자의 전임상(동물 임상) 결과에 따르면 피부독성 부작용이 적고 기존 치료제보다 뇌전이에 대한 효과가 우수했다. 이는 환자 임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물 모델에서 만들어진 데이터가 환자에게서도 검증된 것이다.”
―기존 치료제가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렉라자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뇌전이 효과뿐 아니라 기존 약제에 비해 심장 독성이 낮다. 따라서 심장질환의 기저질환자, 특히 EGFR 돌연변이 4기 폐암 환자들의 생존율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렉라자를 두고 항상 비유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여러 종류의 옷을 바꿔가면서 입는다. 그래야 살기가 편하지 않나. 환자도 마찬가지다. 약이 한 가지밖에 없다는 건 1년 365일 똑같은 옷만 입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약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은 환자들의 삶의 질과 생존율 향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렉라자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뭔가.
―렉라자와 타그리소 둘 다 2차 치료제다. 어떤 기준으로 처방하나.
“처방을 할 때 국산이냐 외국산이냐는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환자의 여러 가지 전신 건강 상태, 뇌전이 여부, 피부 독성, 심혈관계의 부작용에 감내할 수 있는 환자의 역량 등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게 좋다.”
―시민들이 폐암을 의심해 볼 만한 증상이 있나.
“아쉽게도 폐암은 조기 진단이 어렵다. 폐암 계통에서 고위험군인 직계 가족 중 폐암 환자가 있다거나, 흡연자 중 40∼80세 연령층 환자들은 매년 저선량 CT(컴퓨터단층촬영), 즉 폐암 검진용 CT를 찍는 것이 좋다. 특히 기존에 없던 호흡곤란, 기침, 가래, 혈당, 체중 감소가 있을 때는 지체 없이 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
―폐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