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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화농성한선염’ 산정특례 적용해 환자 부담 덜어줘야

입력 | 2021-04-14 03:00:00

초기엔 여드름 증상과 비슷하지만
방치하면 일상생활 힘든 고통 겪어




이원주 경북대병원 피부과 교수

얼마 전 진료실을 찾은 20대 남성 환자가 있었다. 수개월 전부터 겨드랑이와 항문 주변으로 심한 염증성 결절과 고름 등이 발생해 종기인 줄로만 알고 연고 등을 바르며 참아왔으나 잘 낫지 않아 큰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이 환자는 문진 및 여러 검사를 해본 결과 화농성한선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화농성한선염은 전 세계 성인 인구의 1∼4% 정도가 앓고 있는 염증성 피부 질환으로 국내 환자는 7000∼8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화농성한선염은 화농땀샘염이라고도 불리며 이름 그대로 땀샘이 주로 분포하는 겨드랑이, 사타구니, 항문 주위, 유방 아래 등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반복적으로 염증성 결절, 농양 등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염성 질환은 아니며 유전적 요인이나 호르몬의 영향, 면역체계의 이상 등이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발병 초기에는 해당 부위에 붉거나 갈색의 단단한 종기가 나타나고 염증이 심한 경우 종기가 터지면서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은 보통 사춘기 이후에 시작돼 성인기까지 계속되는데 얼핏 보면 심한 여드름이나 종기 등과도 증상이 비슷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방치할 수 있다. 하지만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염증이 점점 심해지면서 주변으로 퍼져 나간다면 화농성한선염을 의심해야 한다. 치료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돼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만성적인 궤양, 굴, 심한 흉터 등을 남겨 외모의 변화를 초래,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광이나 요도에 누공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합병증이 일어나기도 하므로 조기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는 항생제, 비타민A 제제, 스테로이드제, 여성호르몬제, 면역억제제 등의 여러 약물을 환자 상태에 따라 사용하고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경우에는 병변부 절제, 절개 후 배농 등 외과적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우리 몸속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특정 물질을 억제하는 TNF-알파 억제제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도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약물로 치료했으나 효과가 부족하거나 부작용 등으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 수술이 어려운 중증 환자 등에게 생물학적 제제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다만 다른 희귀질환의 경우 산정특례가 적용돼 환자들이 약가의 10%만 부담하면 되는 반면 화농성한선염은 아직 산정특례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고가의 생물학적 제제 비용을 최대 60%까지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다행히 올해부터 화농성한선염의 정도에 따라 경도, 중등도, 중증으로 분류하도록 질병코드가 개정돼 중증도에 따라 정책적 지원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이에 기반해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을 겪는 중증의 화농성한선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산정특례 적용이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원주 경북대병원 피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