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테이저건 쏘려다 총격…우발적 사고" BLM 시위 격화…국가방위군 투입 MLB·NHL·NBA 스포츠 경기 잇따라 취소
미국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 외곽 지역에서 경찰이 흑인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하면서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시위대에 진정할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분명하게 하고 싶은 게 있다. 약탈(폭력 시위)은 어떤 명분도, 어떤 것(이유)도 없다. 폭력에 정당성은 없다”며 “평화적인 항의는 이해할 수 있다”고 진정할 것을 촉구했다.
필요할 경우 항의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연방정부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팀 월즈 미네소타 조지사와 블루클린센터 시장과 통화했다고 했으며 희생자의 가족과는 아직 통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경찰 당국이 우발적 사고라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미네소타 블루클린센터에선 전날 오후 경찰이 차량 정지 명령 후 수갑을 채우려던 20대 흑인 남성 던트 라이트가 도주하려고 하자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라이트는 비무장 상태였으며 몇 블록을 운전한 뒤 다른 차를 들이받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팀 개넌 블루클린센터 경찰서장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테어저건(전기충격기)을 쏘려고 했는데 실수로 총을 쐈다”며 “우발적인 사고”라고 발표했다. 그는 “(총을 쏜 뒤) 경찰이 즉각적으로 보인 반응과 고통으로 볼 때 라이트의 비극적인 죽음을 초래한 것은 우발적인 사고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현장이 담긴 경찰의 보디탬 영상엔 총격을 가한 경찰이 수 차례 ‘테이저’를 외치며 경고했고 총을 쏜 뒤엔 “이런 젠장, 내가 그를 쐈어”라고 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개넌 서장은 다만 이번 사건의 원인과 경위를 규명하기 위해 범죄체포국(BCA)에 독립적인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사는 독립적이고 철저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지역사회는 인내심을 갖고 조사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다.
마이크 엘리엇 브루클린센터 시장은 “20세 청년에 대한 경찰의 총격 사건 이후 우리 지역 사회 전체가 슬픔으로 가득 찼다”고 애도했다.
라이트에겐 미해결된 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총격을 가한 경찰의 신원이 공개되지 않았으며, 행정 휴직 처분이 내려졌다.
이 사건 직후 미네소타에선 격렬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사건 당일 저녁 시위대는 라이트의 이름을 외치며 경찰서와 경찰 차량 등을 공격했고 일부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팻말을 들었다.
진압복 차림의 경찰들은 최루탄 등을 이용해 군중을 해산했으며 국가방위군도 투입됐다.
블루클린센터 등 인근 도시는 일정 기간 통행금지 명령을 내렸다.
미네소타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스포츠 경기들도 안전 또는 지역사회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잇따라 취소됐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미네소타 트윈스는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진행하려던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를,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네소타 와일드는 세인트루이스 블루스와의 홈경기를, 미국프로농구(NBA)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는 브루클린 네츠와의 홈경기를 각각 취소 또는 연기했다.
미네소타는 전 세계적인 BLM 시위를 촉발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벌어졌던 곳이다. 이번 사건이 플로이드 사건이 발생한 미니애폴리스에서 가까운 곳에서, 또한 경찰이 비무장 흑인을 숨지게 한 사건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민심이 들끓고 있다.
플로이드의 목을 짓눌러 숨지게 한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