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림양행 브랜드 리브랜딩 전략
올해 초 대전 세이백화점에서 진행한 바프 팝업스토어. 길림양행은 전국 주요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다양한 맛을 갖춘 브랜드의 제품력을 시식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길림양행 제공
‘허니버터 아몬드’로 잘 알려진 길림양행은 34가지 맛의 견과류 제품을 16개가 넘는 국가에 수출하면서 연간 14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영업이익률도 10% 이상으로, 견과류 하나로 막강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올 2월에는 배우 전지현을 앞세운 광고를 선보이면서 ‘HBAF(바프)’라는 새로운 시즈닝 견과류 브랜드명을 선보였다. “H는 묵음이야”라는 카피라이트가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으며 새로운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성공으로 각인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품력과 광고 전략으로 차별화된 브랜드로 거듭난 바프의 리브랜딩 전략을 DBR(동아비즈니스리뷰) 4월 1호(318호)에서 분석했다.
○ 이름이 곧 홍보 포인트
길림양행이 과거 사용하던 ‘탐스팜’이라는 브랜드명은 소비자들에게 각인되지 못했다. 특히 외국에서는 흔한 상호명이라 해외시장 공략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길림양행은 2020년 아몬드 주 수입원인 미국의 아몬드 풍년 덕에 개선된 영업이익을 리브랜딩에 투자했고 광고는 리브랜딩의 출발점이었다.
전지현이라는 톱모델을 섭외하고 고급스러운 색감과 음악을 사용해 바프를 ‘1등 견과류’ 브랜드로 알리고자 한 광고 의도 역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광고가 나가기 시작한 지 한 달 사이에 편의점 프랜차이즈의 매출은 세 배까지 뛰었고, 가장 판매가 저조하던 마트 프랜차이즈의 매출도 두 배 가까이 오르는 등 광고 투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 포장 디자인-맛의 차별화도
포장 디자인 역시 브랜드를 표현하는 요소 중 하나다. 투명한 포장재 안에 든 견과류들이 고스란히 보이거나 라벨에 제품 실물 사진이 크게 박혀 있는 것이 일반적인 견과류 제품 포장지의 디자인이다. 길림양행은 포장 디자인에도 맛의 특성을 살린 색감과 캐릭터를 적극 활용해 브랜드 차별화를 꾀했다. 뚜렷한 색상과 파격적인 테마를 사용한 포장 디자인은 다양한 견과류 제품이 나열된 진열대에서 소비자들의 시선을 붙잡는 효과를 냈다.
독창적인 포장 디자인은 시장에 진입하는 경쟁사로부터 브랜드를 지키는 역할도 한다. 허니버터아몬드 포장에 꿀벌 캐릭터를 의인화해 넣은 디자인을 접목한 시도 역시 견과류 업계에선 이례적인 사례였다. 카피 제품을 내놓은 경쟁사에 제기한 상표 무효 소송에서도 포장에 담은 디자인 요소들이 법원으로부터 식별력을 인정받아 ‘원조 허니버터아몬드’라는 명성을 지킬 수 있었다.
○ 차별화 전략 성공
마케팅에서의 성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째는 제품 자체의 경쟁력, 둘째는 제품에 입혀진 브랜드에 대한 차별화다. 바프는 독특한 제조법으로 제품력을 높이고 라인 확장을 통해 34종의 맛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등 제품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이와 더불어 마케팅 차별화를 위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사용했다. 바프로 리브랜딩하는 과정에서 광고에 통 크게 투자하는 전략이 일단 남달랐다. 중소기업이 5개월에 광고로 100억 원을 집행한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광고를 비용으로 보지 않고 미래 브랜드 선점을 위한 투자로 봤기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즉, 파격적 투자를 감행함으로써 소비자의 인식을 선점하는 ‘인식의 꼭대기(top of mind)’ 효과를 창출한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다.
또 제품의 세세한 기능을 복잡하게 나열하기 바쁜 보통의 저관여 제품과 달리 미니멀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바프라는 브랜드 알리기에 집중하는 역발상 전략을 쓴 점도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marnia@dg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