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음식을 파는 것에서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한 그는 어린 시절 좋아하던 만두를 만들어 시식회를 하고 요리사를 꿈꾼다. 푸드트럭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자 징거맨 창업자를 찾아가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푸드트럭으로 훈련한 뒤에는 아시아 음식시장을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창업자에게 지원을 부탁하고는 한국, 일본, 대만 등을 다녀간다. 식당을 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대량으로 만드는 법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징거맨 주방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뉴욕에 있는 한식당에서 어렵게 무급 인턴 기회를 얻는다.
이렇게 경험을 쌓은 뒤 김지혜 씨는 미시간주 앤아버시에 미스 킴(Miss Kim)이라는 식당을 설립했다. 그는 한국의 전통적인 요리에 대한 자료를 구해 연구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인기를 끌었다. 그가 시급 1만 원을 받으며 일했던 징거맨사의 파트너 자리에까지 올랐다.
우리가 일하면서 흔하게 접하는 위험감수의 순간이 바로 부탁이다. 어떤 사람은 거절당할 것이 두려워 부탁하지 않는다. 또 어떤 사람은 부탁했다가 거절당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부탁을 해본다. “되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고”라고 생각하면서.
나 역시 오랫동안 거절이 두려워 부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10가지 부탁을 하면 상대방이 8번 이상 거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마음을 바꾸고 나자 부탁하는 것이 한결 편해졌다. 3년 전 나는 처음 만난 고객과의 회의를 마치면서 엉뚱하게 내가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 하는지 말하면서 혹시라도 그런 기회가 있으면 기억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거짓말처럼 6개월 만에 그 고객이 그런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고 나는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
베이커 교수는 부탁을 들어주고 도와주는 것만큼이나 부탁을 하는 것이 직장 생활에서도 중요하며, 부탁을 제대로 하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김지혜 오너 셰프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뚜렷하게 한 뒤에는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누구인지 찾았고, 찾아가서 부탁했다. 그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면, 거절당할 것이 두려워 부탁을 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성취는 없었을 것이다.
베이커 교수는 부탁을 두 가지로 나눈다. 의존적 부탁은 자신의 문제해결 능력을 믿지 않고 남에게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반면 자주적 부탁은 문제해결 능력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해보자.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에게 필요한 자주적 부탁은 무엇인가?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내가 감수해야 할 위험은 무엇인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