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윤석열의 진심’, ‘구수한 윤석열’ 등 윤 전 검찰총장 관련 서적이 진열돼 있다. ‘윤석열의 진심’은 충암고 동창인 이경욱 전 기자가 지난 9월 그와 만나 3시간 가량 나눈 대화를 담았다. ‘구수한 윤석열’은 김연우 방송작가가 윤 총장의 서울대 법학과 79학번 동기들을 만나 그의 학창 생활에 대한 일화를 담았다. 2021.4.14/뉴스1 © News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재보궐선거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하면서 정치권 진입 시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윤 전 총장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책들이 잇따라 출판되고 있다.
자신은 수 차례 사법시험을 낙방하면서도 동기의 사법시험 합격을 발벗고 나섰던 학창시절 이야기부터, 검찰총장 취임 이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와 관련한 속사정까지 윤 전 총장을 가까이서 지켜봐 왔던 동창생들의 증언이다.
14일 출간된 ‘윤석열의 진심’은 윤 전 총장의 충암고 동창이었던 전직 기자가 지난해 9월 윤 총장과 만나 3시간가량 나눈 대화를 기록한 책이다. 전날(13일) 출간된 ‘구수한 윤석열’은 방송작가 김연우씨가 윤 전 총장의 서울대 법학과 79학번 동기들을 만나 들은 이야기를 담았다.
책 ‘구수한 윤석열’에는 윤 전 총장이 정권의 비리와 관련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한 측근은 “윤 총장은 기본적으로 대통령 주변에서 벌어지는 비리 같은 걸 방치하게 되면 결국 대통령에게 독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단서가 확인됐을 때는 검찰이 제대로 규명하는 게 궁극적으로 국가의 발전이 된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9년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한창일 당시 윤 전 총장의 속내도 언급된다. 윤 전 총장에게 직접 심정을 물어봤다는 동기는 이렇게 말한다.
“(조국 수사가) 문재인 대통령 구하기 수사라고 했어요. 검찰총장이 해야 될 중요한 일 중에 하나가 정권이 무탈하게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은 애초에 정리를 했어야 한다는 거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지난해 심정도 담겼다. 한 동기는 “석열이도 ‘나라고 왜 편히 살고 싶지 않겠냐’고 토로했다”며 “(물러나지 않은 이유는) 위법에, 부당함에 지지 않겠다는 것. 그게 바탕이었다”고 털어놨다.
◇“기업은 자유롭게 활동…언론도 자유롭게 놔둬야”
사법 영역이 아닌 정치나 사회, 경제에 관한 윤 전 총장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책 ‘윤석열의 진심’을 보면 사회 전반에 대한 윤 전 총장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윤 전 총장의 충암고 동창인 이경욱 전 연합뉴스 기자는 지난해 9월 윤 전 총장을 만나 3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윤 전 총장이 정치와 경제, 사회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정리된 견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고 썼다.
이 전 기자는 “현 정치권이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국민의 갈증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의 간접적 표현으로 들렸다”며 “하지만 문재인 정부나 지금의 국회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제와 관련해선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라는 책을 여러 번 언급했다고 한다. 그는 이전에도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의 자유’를 꼽은 바 있다.
특히 윤 전 총장은 “대학 때부터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지지해왔다”며 “자유시장경제를 존중한다. 기업이 자유롭게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직접 언급했다고 한다. 언론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놔둬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다만 윤 전 총장은 기업의 비자금 문제만큼은 엄격했던 것으로 보인다. ‘구수한 윤석열’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평소 동기들에게 “오너가 경영권을 가졌다고 회삿돈을 빼돌려 사익을 추구하는 건 중대범죄고 자본주의 기본을 흔드는 것이다. 절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때 전두환에게 사형 구형…주변엔 ‘오지랖’ 넓은 친구
책에 언급된 동기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학창 시절의 윤 전 총장은 정의로우면서도 친구들에게는 따뜻한 사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술을 좋아하고 노래를 잘하는 학생이었다.
윤 전 총장이 1980년 대학 내에서 열린 모의형사재판에서 5·18 광주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한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사건으로 윤 전 총장은 한동안 강릉으로 도피해야 했다.
대학 1학년 때 학내에서 사복경찰에 맞선 일화도 있다. 경찰이 한 학생을 제지하고 검색하는 것을 본 윤 전 총장이 경찰에게 호통을 치면서 막았다. 이어 동요를 부르며 정문까지 걸어가는 바람에 경찰도 막지 못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9수 끝에 사법시험을 합격했다. ‘구수한 윤석열’을 보면 동기들은 그가 9번이나 시험을 보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오지랖’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8번째 사법시험 때는 2차 시험 직전 친구의 아내가 병원에 입원해 이틀 동안 출근하는 친구를 대신해 아이들 밥을 챙겨줬다. 9번째 시험 때도 2차 시험 사흘 전에 결혼하는 친구를 위해 대구까지 내려가 함잡이를 했다고 한다.
김선수 대법관과의 일화도 있다. 동기인 김 대법관이 사법시험 2차 시험을 통과하고 3차 면접만 남겨놓고 있을 때, 시위전력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도움을 준 것이다. 윤 전 총장은 김 대법관이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했을 때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고 한다.
좀 더 유년시절로 가면 중학교 시절에는 배가 고파 수돗물을 마시는 친구들을 불러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여러번 사줬다는 부분도 책에 담겼다.
동기들이 기억하는 윤 전 총장의 모습 중에는 강골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도 많다. 그는 대학 때 노래와 춤을 즐겼고, 특히 노래를 잘 불러 학창 시절 플라시도 도밍고를 본 딴 ‘윤라시도 석밍열’이라는 별명도 얻었다고 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