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백신 14일 서울의 한 보건소에서 직원이 코로나19 백신 저장고에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꺼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어 얀센 백신도 혈전 부작용 논란이 제기되면서 국내 도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어제 731명을 기록했다. 1월 7일 869명 이후 97일 만에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 주초 400명대였던 확진자 수는 8일 700명까지 늘어났고, 엿새 만에 다시 700명대를 기록하면서 사실상 4차 대유행이 시작된 양상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백신 수급 불안까지 겹치면서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혈전 부작용이 발생한 얀센 백신에 대해 접종 중단을 권고했다. 한국은 얀센 백신 600만 회분을 계약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도입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작용 문제까지 부각되면서 얀센 백신이 언제 국내로 들어올지는 더욱 불확실해졌다.
다른 백신들도 수급이 여의치 않다. 모더나 CEO는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올해 5월부터 백신 2000만 명분을 공급하기로 했지만 미국에 백신을 우선 제공하기로 해 국내 공급은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이 2000만 명분을 계약한 노바백스 백신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사용 승인을 받지 못했다.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을 현저하게 낮추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12일 발언과는 다른 현실이다.
정부가 다시 한번 국민에게 불편과 희생을 요구하려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백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백신 수급과 접종에 차질이 생기고 있는데도 11월 집단면역이라는 목표만 강조한다면 국민에게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 언제 어떤 백신이 얼마나 공급될지, 부작용 우려는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등을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알리고 필요하면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