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을 가다]
박형준 도쿄 특파원
15일은 7월 23일부터 8월 8일까지 열리는 도쿄 올림픽 개막까지 99일이 남은 날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논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난해 이미 한 차례 연기된 올림픽을 치르는 것 등을 둘러싼 각종 문제가 산적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의 강행 의지에도 과연 개최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크다.
13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취소해야 한다’란 의견(35%)이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28%)보다 더 많았다. ‘재연기’도 34%에 달했다. 국민의 69%가 7월 올림픽 개최에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분쟁 휘말린 선수촌 아파트
부동산 업체들은 5600채에 달하는 이 아파트를 올림픽 폐회 후 입주하는 조건으로 2019년 893채에 대한 1차 분양을 실시했다. 당시 2.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사람들은 2023년 3월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아파트를 샀다.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2023년 입주가 불가능해졌고 언제쯤 입주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결국 일부 구매자는 올해 2월 도쿄지방재판소에 “입주 1년 연기로 인한 비용을 보상하라”는 민사조정을 신청했다. 소송의 직전 단계다.
일본 도쿄 올림픽 기간에 선수촌으로 사용된 후 일반에 판매되는 아파트 ‘하루미 플래그’. 올림픽 연기로 당초 2023년 입주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자 일부 구매자는 민사조정을 신청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양측은 23일 법원에서 처음 변론을 한다. 원만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구매자들은 소송으로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매자 측의 도도로키 히로노부(轟木博信)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구매자들이 무척 격앙돼 있다”며 소송 가능성이 크다는 뜻을 내비쳤다.
공원 뱅뱅도는 성화 봉송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길거리 밀집 응원을 자제하고, 인터넷 생중계로 성화 봉송을 봐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생애 한 번 볼까 말까 한 성화 릴레이를 두 눈으로 보기 위해 매번 사람들이 몰려나오고 있다.
코카콜라, 도요타 등 스폰서 기업의 선전 차량이 성화 봉송 주자가 나타나기에 앞서 먼저 도로를 지나가며 요란하게 흥을 북돋우는 모습도 비판을 받고 있다. 선전 차량에 탑승한 일부 DJ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음악을 틀고 큰 소리로 외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달 해외 관중 없이 올림픽을 치르기로 한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달 중 국내 관중을 얼마나 넣을지 결정하기로 했다. 당초 경기장 수용 인원의 50%만큼 허용하는 안이 유력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용 인원을 더 줄이거나 아예 국내 관중조차 없이 개최하는 안까지 부상하고 있다.
조직위원회 측은 올림픽 기간에 하루 최대 의사 300명, 간호사 400명을 배치하는 등 총 1만 명의 의료인을 동원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 준비 또한 더디다. 국내 관중 상한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따라 필요한 의료인 수가 달라지기에 제대로 된 준비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자키 하루오(尾崎治夫) 도쿄도의사회 회장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대와 더딘 백신 접종 상황을 언급하며 올림픽을 완전 무관중으로 치른다 해도 감염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우려했다.
스포츠 명분 대신 정치 악재만
올림픽 개최 여부와 관계없이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란 원래 명분은 사라지고 ‘정치’만 남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당초 스가 정권은 올림픽을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기회로 여겼다. 하지만 6일 북한이 올림픽 불참을 선언하자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스가 총리는 지난해 9월 지지율 하락, 지병 등으로 중도 사퇴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잔여 임기를 물려받아 집권했다. 취임 후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줄곧 북한에 ‘조건 없는 정상회담’도 제안했다. 올해 9월 말 임기가 끝나는 그는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북한과 납북자 협상을 잘 진행해 집권 연장에 나서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의 불참 선언으로 이런 계획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주요 관계자의 구설도 끊이지 않는다. 2월에는 모리 요시로(森喜朗·전 총리) 당시 조직위원장이 여성 멸시 발언으로 사임했다. 얼마 후 개·폐막식 총괄 책임자였던 유명 광고인 사사키 히로시(佐¤木宏) 감독 또한 여성 연예인의 외모를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고 사퇴했다. 지난해 6월에는 다케다 쓰네카즈(竹田恒和)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위원장이 2013년 올림픽을 유치할 당시 IOC 주요 인사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으로 사임했다. 일본이 갖가지 악재를 딛고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형준 도쿄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