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일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
김 씨 노인(77) 옆에 앉아 숭어 잡이에 관한 질문을 했다. 새벽 3시에 망대로 걸어와서 해질녘까지 바다만 바라본단다. 적적함을 라디오로 달래고, 담배와 커피를 친구 삼지만 시선은 늘 바다에 고정돼 있다고 한다. 노인은 40여 년간 숭어 기다리는 일을 했다. 그는 ‘숭어들이조업’에 대해 차분히 설명했다. “숭어들이는 물고기 길목에 그물을 가라앉혀 두고 숭어 떼가 지나가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게 일입니다. 시거리(숭어 떼의 형체)를 알아보는 게 제일 중요해요. 먼바다에 숭어 어군이 나타나면 불그스름한 색을 띠는데 밤에는 하얀빛을 냅니다. 물색의 작은 변화를 알아채야 해요. 예전에는 6척의 목선에서 대기하던 선원들에게 깃발로 작업을 지시하다가 이후에는 마이크를 사용했어요. 몇 년 전부터 기계식 양망기가 20여 명의 선원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망대에서 스위치만 누르면 280마력 엔진이 그물을 끌어 올리니, 선원들의 왁자지껄한 그물 당기는 소리 대신 기계 소리만 나지요.”
숭어는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여러 해 전 방송국에서 숭어 잡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망대에서 며칠을 머물며 겨우 찍었다고 하니 그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만으로 만족했다. 심심할 때 읽으라며 손에 들고 있던 책을 건넸을 때 노인이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망지기는 바다에서 눈을 떼면 안 됩니다. 책 읽고 딴짓하면 숭어를 못 잡아요.” 방금까지 노인의 말을 듣고도 망지기 일상을 이해하지 못했음을 느끼며 책을 되돌려 받았다.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순간에 노인은 바삐 움직이며 스위치를 눌렀고, 수천 마리의 숭어가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대화하고, 커피 마시면서도 노인은 숭어 떼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창일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