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이는 명백한 이중매매에 해당한다. 이중매매란 같은 부동산을 두 명 이상의 사람에게 매매하는 것을 뜻한다. 계약은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원칙에 따라 이중매매 자체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 하지만 소유권을 이전하는 단계에서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로 인한 피해를 법적으로 구제받으려면 두 번째 매수인이 이중매매에 ‘적극’ 가담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현행 민법은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를 위반한 내용을 담은 ‘반사회적 질서의 법률행위’는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중매매가 반사회적 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하려면 두 번째 매수인이 매도인이 이미 다른 사람과 매매 계약을 맺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사실을 알고 매도인에게 기존 계약을 깨고 자신에게 팔라고 요청하거나 부추겨야만 적극 가담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런 요건이 충족되면 두 번째 매수인과의 계약은 반사회적 질서의 법률행위로 무효가 된다. 이때 첫 번째 매수인은 두 번째 매수인에게 직접 소유권이전 등기 말소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채무자인 매도인을 대신해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이중매매 성립 여부는 기존 계약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계약금만 지급했다면 이중매매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매도인이 계약금을 두 배로 물어주기만 하면 언제든지 기존 계약을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매수인이 중도금까지 지급했다면 이중매매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한 뒤 스스로 계약을 취소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이상 매도인은 첫 번째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넘겨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도인이 이런 의무를 다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이중매매를 했다면 배임죄로 볼 수 있다.
참고로 이중매매가 반사회적 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면 이중매매는 ‘절대적 무효’가 된다. 이중매매는 물론 그 후속 계약까지 모두 무효가 된다는 뜻이다. 두 번째 매수인이 이중매매로 취득한 부동산을 사들인 제3자 역시 소유권이 유효하다고 주장할 수 없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