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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4·15 총선 1년, 정신 못 차리고 구태 반복하는 與野

입력 | 2021-04-15 23:00:00

동아일보 DB.


지난해 4·15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180석의 압승을 거둔 지 어제로 꼭 1년이 됐다. 4·7 재·보선 결과에서 보듯 표심은 여든 야든 조금이라도 교만한 기색이 보이면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여야에서 벌어지는 행태들을 보면 민의의 준엄함을 겸허하게 되새기고 있는지 의문이다. 차례로 매서운 심판과 경고를 받고도 여야 할 것 없이 정신을 못 차리고 구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재·보선에서 참패한 궁극적 요인은 총선 압승의 의미를 잘못 읽었기 때문이다. 당시 총선은 코로나 위기 탓에 문재인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취지가 부각되지 못했다. 조국 내로남불 논란도 묻혔다. 집권 여당에 일방통행 면허증을 내준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승자의 오만에 빠져 편 가르기 정치를 일삼다 스스로 무너진 것이다. 민주당의 성찰과 혁신은 이 지점에서 시작돼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진영 대결을 추구하는 소수 친문 강경파에 의해 당이 휘둘리고 있다. 막말과 욕설이 담긴 문자 폭탄 세례가 건강한 비판과 토론을 막고 있다. 조국 사태 반성 목소리를 냈다가 ‘초선 5적(賊)’으로 찍힌 한 2030 의원은 결국 반성문까지 썼다. 이것이 정상적인 여당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서울·부산시장 승리의 맛을 본 야권의 행태도 가관이다. 지난 총선은 박근혜 탄핵 여파에 휩싸여 별다른 비전이나 정책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공천 파동만 일으킨 웰빙 보수당에 대한 응징이기도 했다. 궤멸 수준의 참패 기억이 아직도 생생할 것이다. 당명이 국민의힘으로 바뀌긴 했지만 그 뒤로 질적으로 변한 게 뭐가 있나. 그런데도 정권심판론에 힘입어 재·보선에서 이기자 당권을 둘러싼 잡음만 쏟아지고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러나자마자 자신이 이끌던 당을 향해 “아사리판”이라며 독설을 퍼붓고 국민의힘 측에선 “희대의 거간꾼”이라는 비난까지 나오는 등 볼썽사나운 언쟁도 벌어지고 있다. 통합과 혁신, 세대교체 목소리는 쏙 들어갔다.

차례로 여야에 회초리를 든 민심의 본질은 하나다. 무능과 위선, 구태에 대한 질책이다. 구시대 인물들 대신 개혁적이고 참신한 세대들이 나서서 쇄신을 이뤄내라는 것이다. 극성 지지층 눈치만 살피는 식의 진영 대결 대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비전 경쟁을 하라는 것이다. 당내 권력투쟁에만 골몰하다간 더 가혹한 채찍을 맞는 순간이 올 것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