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받이 경제학/얀 물리에 부탕 지음·/서희정 옮김/262쪽·1만6000원·돌베개
이 책은 꿀벌의 꽃가루받이(수술의 꽃가루를 암술머리에 붙이는 것·수분)가 생태계 전반을 떠받치는 개념을 경제에 적용하고 있다. 생물학계는 후기 백악기 지층에서 발견되는 꽃식물 종의 폭발적인 증가가 꽃가루받이를 하는 벌이 등장한 덕분으로 본다. 책에서 꿀벌이 생산하는 꿀이 부의 생산과 축적을 상징한다면 꽃가루받이는 의도치 않은 긍정적 외부효과를 뜻한다. 마치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정보 찾기나 관계 맺기 등 수많은 이용자들의 인지활동을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과 비슷하다.
문제는 경제의 모든 영역에 걸쳐 금융화가 과도하게 진척되면서 경제위기가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꿀을 모으는 데만 혈안이 된 나머지 시스템 붕괴 위기를 방치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예컨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기관들은 비우량 신용등급(서브프라임) 채권을 모아 복잡한 산식의 금융상품을 만들어 팔았다. 금융공학자들조차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가상의 상품이 부실화되면서 금융 시스템 전반을 무너뜨렸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