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이상 일반인 대상 화이자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15일 오전 경산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News1
가뜩이나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부스터 샷’이 현실화하면 백신 선진국들이 앞다퉈 물량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처럼 백신을 만들지 못한 후발 국가는 백신 확보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화이자 대표 “2차접종 6~12개월 후 세번째 접종 필요”…미국 정부도 동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는 이날 미국 방송사 CNBC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 완료 후 12개월 내로 1회분 추가 접종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1~2차 접종을 마친 뒤 6~12개월 사이에 세 번째 접종을 받은 후 매년 다시 접종을 받는 게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4월 초 화이자는 임상3상 피험자 중 1만2000여명을 분석한 결과, 접종 6개월 후에도 91% 이상의 예방효과를 유지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효능을 지속하는 연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백신 정책을 담당하는 데이비드 케슬러 수석과학담당자도 ‘부스터 샷’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하원 코로나19 대응 특별위원회에 참석해 “부스터 샷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스터 샷’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추가되고 백신 선진국들이 앞다퉈 추진할 경우 백신 물량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 백신 상황은 여의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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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국내 상황은 꼬여가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혈전(피떡) 논란이 계속돼 30세 미만에 대한 투약을 금지했다. 유럽에서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희귀 혈전증 논란이 일자 방역당국이 접종을 제한했다.
국내 공급을 앞둔 얀센 백신도 미국에서 혈전 이상반응이 나타나 접종을 잠정 중단했다. 이는 국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부스터 샷’이 전 세계적으로 추진될 경우 백신 물량은 씨가 마를 수밖에 없다.
◇추진단 “전문가들과 논의할 것”…선진국 결정 따를 가능성 높아
이어 “우리나라도 접종자 중 표본을 선정해 최장 2년까지 몸 안에서 얼마나 코로나19 항체가 형성되는지 ‘항체가 지속력’을 조사하고 있다”며 “의사 결정을 변경할 필요가 있으면 전문가위원회 등을 통해 논의하고 알리겠다”고 말했다.
백신 등 ‘항원 물질’이 몸속에 들어오면 면역세포를 활성화한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활성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항원 물질에 추가로 노출한 뒤 면역세포 기억력과 함께 활성도를 다시 높여야 한다. 이른바 부스터 샷‘을 통해 코로나19 예방효과를 끌어올리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백신 등 주요한 코로나19 정책을 논의할 때 해외 선진국 사례를 참고한 것에 비춰보면 국내에서도 ’부스터 샷‘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도입할 예정인 7900만명분으로는 전 국민이 세 차례 접종하기 어렵다. 전체 인구가 세 차례 백신을 접종하는 것으로 단순 계산해도 1억5000만회분 이상 백신이 필요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백신 공급에 러시아산 백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방역당국은 러시아 백신 도입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오는 8월 대량 위탁생산을 예고한 백신은 러시아산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향후 러시아산 백신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추가로 확보하면, 국내 공급 상황에 숨통이 트일 수도 있다. 이미 국내 기업 차원에서는 관련 백신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제약사 휴온스의 지주사 휴온스글로벌은 자사를 주축으로 구성한 컨소시엄이 러시아 국부펀드(Russian Direct Investment Fund·RDIF)와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컨소시엄에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휴메딕스, 보란파마가 참여한다. 이 계약에 따라 컨소시엄은 백신 생산에 대한 기술 이전을 받아 오는 8월 시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