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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닝’으로 달라진 일상…“산 달리며 삶에 활기 생겨”[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1-04-17 14:00:00


김자영 씨는 산을 달리며 에너지를 얻고 있다. 김자영 씨 제공

외식업계에서 일하는 김자영(36) 씨는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되면서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빠져 들었다.

“사이클을 7~8년 탔어요. 그런데 오래 타니 좀 시들해진 면도 있고 사람들에게 치여 지친 면도 있어서 다른 것을 해야겠다고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 때 우연히 산을 가게 됐는데 이런 신세계가 없는 거예요. 그 때부터 산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김자영 씨는 코로나19를 피해 산으로 갔고 트레일러닝에 빠져 삶을 활기차게 살고 있다. 김자영 씨 제공

사이클은 헬멧, 장갑, 각종 보호대 등 챙겨야할 게 많았는데 트레일러닝은 가벼운 차림으로 그냥 나서면 됐다. 그는 “저 혼자만 할 수 있어 좋았어요. 내 몸만 가면 되고 오로지 내 다리로 산을 타면 되니까 부담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사이클을 타도 산 고개를 넘어야 했지만 걷거나 달리면서 넘는 산은 다른 의미를 줬다.

사이클을 즐겼던 김자영 씨는 요즘은 트레일러닝에 빠져 살고 있다. 김자영 씨 제공

“사이클을 잘 닦여진 길을 가잖아요. 산은 구석구석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당초 제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겉으로 보기엔 험하지 않을 것 같은데 막상 산으로 들어가면 다른 세상이 펼쳐지죠. 밑에서는 날씨가 좋았는데 정상에 올라가니 비구름이 끼어 있는 경우도 많아요. 산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이뤄지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죠. 조심히 서로 교감하면서 올라가야 정상 정복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요.”

평일 저녁 삼삼오오 모여서 달리는 훈련을 하던 그는 지난해 9월 새벽달리기로 전향했다.

김자영 씨는 사람들이 없는 새벽에 달린다. 김자영 씨 제공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시작될 때였어요. 모이는 게 금기시 되면서 어떻게 운동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 사람들이 적은 새벽에 달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미러클모닝이 유행할 때였어요. 새벽 아무도 없을 때 달리니 정말 좋았습니다. 혼자서 매일 달리고 SNS로 인증샷을 올리는 식이었어요. 그러니 저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응원도 해줬어요. 그것에 더 힘을 받았죠. 이렇게 지속적으로 새벽달리기를 할 줄 몰랐는데 응원에 힘을 받아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습니다. 체력도 좋아지고, 정신력도 강해졌어요.”

출근을 해야 해 강 훈련을 하긴 힘들었다. 30분 정도 달리고 30분 정도 보강운동을 했다. 하루 1시간이 그의 몸을 바꾼 것이다.

“그해 10월 영남알프스에서 열린 하이트레일 나인 피크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산봉우리 9봉을 달리는 대회였는데 전 5봉 44km를 신청했어요. 처음엔 완주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거뜬히 완주했습니다. 새벽달리기의 결과였습니다. 정말 기분 좋았습니다.”

트레일러닝을 하면서 대회 출전을 준비했는데 코로나19로 줄줄이 취소되는 바람에 하이트레일 나인 피크가 첫 대회가 됐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있는 영남알프스에서 열리는 대회로 거리나 코스가 힘겨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제 트레일러닝은 그의 일상이 됐다.

김자영 씨는 “산을 달리는 게 힘들지만 그 고통 속에서 더 힘찬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했다. 김자영 씨 제공

“산을 달린다고 생각하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산을 달리면서 삶에 활기가 생겼어요. 힘들지만 에너지를 더 받는 느낌이랄까. 솔직히 젊은 친구들 사회생활 하다보면 열심히 안하는 것은 아닌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 한 것처럼 느껴지잖아요. 새벽 운동은 제가 정한 루틴에 따라 했을 뿐인데 바로 성과로 나타납니다. 하루를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새벽에 뭔가를 잘 끝냈다는 느낌에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됩니다. 제가 제 삶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옵니다. 물론 몸과 마음도 건강해지고요.”

김자영 씨는 평일엔 새벽에 운동하고 주말에는 산을 달린다. 김자영 씨 제공

지난해 말 무릎이 안 좋아져 웨이트트레이닝도 시작했다. 관절을 보호하려면 관절 주변 근육을 고르게 잘 키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요가도 시작했다. 몸이 유연해야 부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고, 근육운동하고, 요가하고…. 평일 새벽은 이렇게 운동을 돌아가면서 한다. 그리고 주말엔 산을 달린다.

“아직 트레일러닝 초보자입니다. 트레일러닝계에서 유명한 지리산 화대종주(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달리기)는 아직 못해봤어요. 하지만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종주는 해봤어요. 설악산 공룡능선도 달려봤고요. 앞으로 전국의 산을 차근차근 정복할 겁니다.”

김자영 씨가 지난해 열린 하이트레일 나인피크 대회에 출전해 천황산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자영 씨 제공

학창시절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내던 김 씨는 일본에서 1년 살았을 때 자연스럽게 자전거에 입문했다. 일본은 생활 속에 자전거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짧은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사이클을 탔어요. 7,8년 전이었으니 사이클이 아직 큰 붐이 일진 않았을 때였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았고 운동도 되니 활기가 생기고 에너지도 생겼습니다. 맘에 맞는 사람들끼리 전국을 돌아다닌 것도 좋았습니다.”

요즘은 트레일러닝에 빠져 사이클은 가끔씩 타고 있다. 코로나 19가 가져온 변화가 있을까.

“운동을 하고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문화가 생겼어요. 서로를 응원하고 피드백도 주고받습니다. 그런 활동을 통해 다시 힘을 얻습니다. 코로나19 초기엔 오프라인 대회가 취소되면서 넋을 잃고 있었다면 이젠 온라인으로 서로 경쟁하는 방법도 찾았습니다. 사이클을 즈위프트 등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경쟁합니다. 달리기도 온라인으로 경쟁하는 방법이 생겼어요. 각종 거리 및 시간 측정기, 상승고도까지 측정해주는 어플리케이션이 많아요. 자기가 하루 달린 것을 GPS로 측정한 기록을 온라인에 올리면 랭킹이 정해집니다. 그렇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김자영 씨는 “산은 겉 모습과는 완전 다르다. 조심히 교감해야 정복할 수 있다”고 했다. 김자영 씨 제공

김 씨는 운동을 통해 성격도 바뀌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저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 하면서는 내성적으로 바뀌었죠. 튀면 힘들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산을 달리면서 다시 적극적인 성격이 나왔습니다. 운동하고 SNS에 올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다보니 저의 본능이 나타난 것이죠. 이렇게 사는 게 즐겁습니다.”

김 씨는 트레일러닝을 알려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체체체가달린다(체달)이다.

“아직 트레일러닝이 많이 보급되지 않았어요. 저도 초보지만 이 좋은 운동이 가급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하고 싶습니다. 산을 달리는 것을 일종의 큰 벽으로 생각합니다. 접근하기 쉽지 않다고 보죠. 하지만 해보면 달라요. 힘들지만 힘들수록 얻는 게 큰 게 트레일러닝입니다. 제 채널로 트레일러닝 진입장벽이 낮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