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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으로 제주 민간인 억울한 희생

입력 | 2021-04-19 03:00:00

美공습으로 여객선 침몰 500명 사망
폭발사고 민가 피해도 진상 못밝혀




태평양전쟁으로 미군과 일본군 사이에 놓인 제주 주민들이 어처구니없이 희생됐지만 지금껏 역사적인 조명은 물론 사실 규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본 방위청 방위연구소 전사실 자료 등에 따르면 제주에서 ‘결7호 작전’을 벌이던 일본군은 ‘5만 명의 노인, 부녀자, 유아를 본토에 소개(疏開)시키고 그 외는 군과 작전 행동을 같이해 적을 격파하는 것으로 결정’이라는 기록이 나온다.

주민에 대한 소개는 식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하지만 동굴진지 등 군사시설에 대한 정보가 미군에 넘어가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방책이기도 했다. 실제 1945년 5월 7일 제주∼목포 간 정기 여객선인 고와마루(晃化丸·383t)호는 제주에 거주하는 일본인을 포함해 소개령이 내려진 주민 700여 명을 태우고 목포로 가다 추자도 부근에서 미공군기의 공습을 받고 침몰했다. 당시 탑승객 50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제주 주민에 대한 소개가 중단됐다.

당시 일본은 본토에 대한 미군 폭격으로 생활 터전을 잃은 제주 출신 이재민이 고향인 제주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도 했다. 고와마루호 침몰 사고 외에도 한림항, 수월봉 등지에서 발생한 거대한 폭발 사고로 인근 민가까지 피해가 발생했지만 진상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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