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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줄이면 일자리 늘어난다”[기고/라정주]

입력 | 2021-04-19 03:00:00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 원장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뒤 상속세 논란이 일고 있다. 상속세 신고기한(4월 30일)이 다가오면서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오너 일가가 재원 마련에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해외의 뛰어난 그룹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약 11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상속세 납부가 삼성그룹의 세계적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

개인 상속이 아닌 기업 상속은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도 중요한 이슈다. 특히 상당수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1세대의 퇴임 시점이 다가오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에 매우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20년 12월 7일부터 18일까지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복수 응답으로 전체의 94.5%가 기업승계 시 상속세와 같은 조세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2019년 7월 18일부터 10월 4일까지 중견기업 14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단수 응답으로 78.3%가 상속세와 같은 조세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을 상속할 경우 상속세를 감면해주면 어떤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까. 필자가 속해 있는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기업 상속세율을 절반만 인하할 경우 일자리가 26만7000개 늘어난다. 기업 총매출액과 총영업이익은 각각 139조 원, 8조 원 증가한다. 기업 상속으로 소외감을 느낄 개별 근로자에게도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근로자의 월급이 7000원 상승한다. 제시된 수치는 기업 상속세율을 인하하기 전 대비 인하 후 경제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의 변화량을 의미한다.

이 같은 변화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기업 상속세율을 인하하면, 자본 한 단위를 자식에게 더 물려줌으로써 얻는 한계효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자본(기업)을 더 늘리게 된다. 자본량이 증가하면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노동수요량(일자리)도 늘어난다. 생산요소인 자본량과 노동수요량이 증가하면 생산량도 증가한다. 생산량이 증가하면 이에 상응해 매출과 영업이익도 늘어난다. 노동시장에서 노동수요량이 증가하면 임금이 상승한다.

기업 상속세율을 크게 인하한 예로 2003년 20%에서 2.4%로 인하한 그리스를 들 수 있다. 이후 기업 상속을 한 가족기업의 투자가 약 40% 증가했다. 앞에서 살펴본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기업 상속세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 기업 상속 시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전요건과 사후요건이 까다로워 소수의 기업만 혜택을 보고 있다. 따라서 기업 상속세율 자체를 인하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과세표준에 따라 10∼50%로 나뉘어 있는 기업 상속세율을 전 구간에 걸쳐 절반 이상 과감하게 인하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