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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나… 평범한 노부부의 비범한 사랑

입력 | 2021-04-19 03:00:00

넷플릭스 다큐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 연출 진모영 감독




넷플릭스 오리지널 6부작 다큐멘터리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에서 한국의 정생자(왼쪽), 조영삼 부부는 서로의 손을 잡으며 노년의 사랑을 표현한다. 넷플릭스 제공

미국에 사는 한 커플은 잠자기 전 나란히 침대에 누워 책을 읽다 입맞춤하고 서로를 꼭 안은 채 잠이 든다. 한국의 할머니는 투박한 손으로 남편이 전복 양식을 하다 손에 입은 생채기에 밴드를 붙여 주고, 남편은 허리가 아픈 아내를 위해 안마를 해 준다. 1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6부작 다큐멘터리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는 미국, 브라질, 일본, 인도, 한국, 스페인까지 총 6개 국가에서 만난 노부부의 일상을 담았다. 국가와 언어, 직업, 환경은 다르지만 그 안에는 사랑이라는 공통된 정서가 흐른다.

진모영 감독(51·사진)이 연출한 님아는 그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5년)를 원작으로 한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480만 명이 극장을 찾아 한국 독립영화 최다 관람 기록을 세웠다. 미국에서 개봉한 이 영화를 보고 감명받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책임자는 2017년 진 감독에게 이를 세계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진 감독이 총괄프로듀서 역할을 맡아 시리즈의 주제를 정하고, 국가별 다큐멘터리 감독들을 섭외했다. 국가별로 꾸려진 제작진이 커플을 섭외하고 촬영했다. 16일 화상으로 진 감독을 만났다.

“처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만들 때 세계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 개봉은 일본, 미국, 베트남에서 했다. 넷플릭스로부터 제작 제안을 받았을 때 지식재산권(IP)을 확장할 수 있는 데다 사람들이 다큐를 보고 원작에 관심을 갖게 될 수도 있어 수락했다.”

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정생자, 조영삼 커플은 전남 보길도에서 전복을 양식하며 47년을 함께한 잉꼬부부. 바다에 나갔다 돌아오는 영삼은 선착장으로 마중 나온 생자를 보며 소년같이 해사한 미소를 짓는다. 허리가 안 좋은 생자는 집에서 쉬라는 남편의 말을 듣지 않고 밭으로, 바다로 나온다. 그런 생자에게 영삼은 말한다. “아무도 필요 없어. 너밖에 필요 없는디. 둘이 오래오래 살다가 같이 가야재.”

진 감독은 “사랑은 연민과 동정심에서 출발한다. 나를 위해 고생하는 사람에 대해 ‘얼마나 피곤할까’ ‘얼마나 힘들까’ ‘나는 어떤 행동으로 응수를 해 줄 것인가’에 대한 감정이다”라며 “이런 마음을 상대방에게 어떻게 표현하고, 끊임없이 가꿔 나갈지, 그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빈민가에서 대가족을 이루며 사는 브라질 동성 커플. 넷플릭스 제공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이번 시리즈, 30m 해저에서 해산물을 잡는 심해 잠수부 ‘머구리’의 삶을 그린 ‘올드마린보이’(2017년)등 평범한 삶을 담아 온 진 감독. 그에게 ‘평범한 이야기’의 가치는 무엇일까.

“전복을 키우는 부부, 빈민가에서 대가족을 이루며 사는 브라질 동성 커플, 한센병으로 고생한 일본 커플까지, 어디에서나 만날 것 같은 사람들이 발휘하는 일반성에서 보편적 진리를 얻는다. ‘저토록 평범한데도 저렇게 빛나는 진리를 실행하는구나’라고 시청자와 교감하고 싶다.”

진 감독은 추가 시리즈 제작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평범한 이야기를 확대해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게 그의 소망이다.

“이 시리즈의 특별함과 가치는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훨씬 더 다양한 지역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 마사이족의 러브스토리를 다룬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우리와 삶의 방식은 다르지만 그 안에 담긴 보편적 정서에 공감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