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이 임명 검사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1.4.16/뉴스1 © News1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16일 부장검사 2명을 포함해 총 13명의 검사를 임용하며 수사팀 구성을 마쳤다.
부장검사 2인 모두 수사부를 맡되 검찰 출신 김성문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9기)가 수사를 전담하고 판사 출신 최석규 부장검사(29기)가 공소부장을 겸임하기로 했다. 당초 정원인 23명(처·차장 제외)에 한참 모자라 ‘반쪽 출발’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수사팀을 갖췄다는 점에서 수사를 위한 사건 검토 체계가 마련됐다는 소리는 들을만하다.
문제는 정권 핵심 인사 등이 연루된 대형 이첩 사건이다. 검찰에 넘기지 않고 직접수사로 승부수를 띄울 경우 그 성과에 공수처의 위상이 크게 좌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사의뢰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공수처는 이 사건의 직접수사 여부를 쉽사리 결론내지 못하고 있다. ‘윤중천 보고서’를 허위작성·유출한 혐의를 받는 이규원 검사 사건도 서울중앙지검이 공수처에 이첩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이때문에 직접수사 혹은 검찰 재이첩 여부를 장고 중인 공수처에 ‘수사 방해처’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정권 관련 대형 사건을 공수처가 쥐고 있다가 검찰에 다시 넘길 경우 공수처 역할에 대한 회의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첩 기준과 기소 권한 등을 놓고 검찰과의 갈등이 현재진행형인데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 논란에 휩싸이면서 비판 여론도 부담을 더한다.
여기에 이 지검장이 검찰 소환조사에 네차례나 불응한 이유로 공수처와 검찰의 공소권 갈등을 꼽은 점도 김 처장을 난감하게 하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7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2021.4.18/뉴스1 © News1
사건 이첩 요구권과 유보부 이첩 등을 놓고 검찰과 충돌한 것도 난제다. 공수처는 검사 13명 배치를 마쳤지만 검경과 사건 이첩 등을 놓고 갈등을 빚으며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검경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에서 공수처법에 규정된 사건이첩요구권을 근거로 다른 수사기관의 사건을 가져올 경우 사건의 본질보다는 공수처와 검찰간 갈등만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1호 사건은 공수처가 주도권을 쥐고 검찰의 견제를 덜 받는 사건으로 정할 것이란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이 기소만 남겨두고 있는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하는 것보다 새로운 사건을 통해 수사력에 대한 의구심을 털어내고 논란에서 벗어나는 것이 명분과 실리 측면에서 합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김 처장이 공언해온 ‘4월 1호 수사 착수’는 5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 측은 “1호 사건에 대해 아직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사건이첩 등 기준은 14일 검찰과 경찰로부터 의견을 받았고 검경과 더 논의할지 여부는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