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미 학생들의 시위
미국에서 최근 총기 참사가 잇따르는 가운데 급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명시한 ‘생존 수칙’이 널리 퍼지고 있다고 CNN방송이 18일 보도했다. 최근 미국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는 총기 범죄의 실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홈페이지에 올린 동영상에 따르면 쇼핑몰이나 마트, 음식점 등 공공장소에서 총성이 울렸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도망치는 것이다.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전 요원인 제프 버틀러는 “제자리에 얼어붙는 것은 가장 나쁜 행동이다.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가 보이면 절대 그 자리에 머물러 앉지 말라”고 했다.
CNN은 이 ‘도망치고, 숨고, 싸워라’는 구호가 소방관들의 ‘멈추고, 누워서, 굴러라’는 현장 수칙만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소방관의 옷에 불이 붙었을 때 해야 하는 수칙으로 땅에 누워 옆으로 이리저리 구르라는 뜻이다.
미 위스콘신주 총기 난사 현장 조사하는 경찰
미국 내 모든 총기 사고 정보를 기록하는 비영리단체 ‘총기 폭력 아카이브’에 따르면 올 들어 18일 현재까지 미국에서 총기 폭력에 목숨을 잃은 사람은 5553명(자살 제외)으로 집계됐다. 희생자 가운데 11세 이하 어린이는 90명, 12~17세 청소년도 323명에 달했다. 작년과 올해 총기 폭력 사망자 숫자는 2016~2019년에 비해 약 25%가량 늘어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난과 빈부 격차가 심화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종차별 발언과 대선불복 등이 사회불안을 키운 결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총기 폭력을 줄이기 위해 관련 규제의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부품을 사서 조립해 만드는 ‘유령총’을 규제하고 위험 인물의 총기 소지를 제한하는 ‘적기법(Red Flag Law)’을 각 주가 더 쉽게 도입하도록 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