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산업1부 차장
한국에서도 최근 게임, 플랫폼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록스타’ 찾기에 혈안이다. 자고 나면 ‘업계 최고 대우’ 순위가 바뀔 정도로 연봉 인상 경쟁이 숨 가쁘다. 도박판에서 판돈 올리듯 이어지는 출혈 경쟁은 인재를 모셔오기 위한, 인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이다.
하지만 눈을 씻고 봐도 ‘록스타’를 찾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버스킹 좀 해본 사람, 동네에서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까지 일단 데려가야 할 판이다. 연봉 경쟁이 채용 경쟁으로 확전된 것이다. 많아봤자 수십 명 정도였던 회사별 채용 규모가 수백 명에서 1000명 가까이로 확 늘었다. 네이버는 비전공자를 위한 별도의 개발자 육성 및 채용 트랙도 신설했다. 키워서라도 쓰겠다는 것이다. 개발자 풀을 넓히기 위해 자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기업들도 적잖다.
2018년부터 초중고교에서 소프트웨어교육이 의무화됐지만 양과 질 모두 턱없이 부족하다. 초등학교에선 실과 과목의 일부로 5, 6학년 2년간 17시간, 중학교선 3년 중 1년에 몰아서 주 1시간씩 34시간 배우는 게 고작이다. 초중고교 모든 학년에서 독립과목으로 편성해 필수교육을 하는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크게 뒤떨어진다.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이달 초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인공지능(AI) 시대의 인재 양성’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AI의 구구단에 해당하는 컴퓨팅 사고력을 구구단처럼 몸에 배도록 하는 기초교육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대학에서도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시시각각 바뀌는 인재 수요에 맞춰 직업훈련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경직된 정원 규제에 묶여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55명에서 70명으로 고작 15명 늘리는 데 15년이나 걸렸다.
이젠 문과생들도 개발자가 되겠다며 코딩 공부에 뛰어드는 시대다. 단기 교육과정으로 저숙련 개발자는 어찌어찌 공급할 수 있을지 몰라도 고급 인재 확보는 요원하다. ‘록스타’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10년 뒤에도 인력부족 타령만 할 것 같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