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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 장수비결 ‘이중탕’… 궁궐 별식 맛볼까

입력 | 2021-04-20 03:00:00

소화불능 순조 ‘담강다’ 즐기고, 형형색색 조악떡 연회에 올려져
병과-약차 소개 ‘경복궁 생과방’ 행사



조선시대 궁중 병과와 약차 한 상이 차려져 있다. 쟁반에 담긴 병과는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개성약과, 서여향병, 매작과, 배정과, 개성주악, 단호박찰편. 문화재청 제공


조선 역대 왕들 가운데 가장 장수한 영조(1694∼1776)는 이중탕(理中湯)을 즐겨 마셨다. 인삼과 말린 생강, 감초로 끓인 궁중 차다. 배가 아프고 설사할 때 효험이 있는 약물이기도 했다. 영조실록에는 ‘임금의 환후가 조금 나았다. 임금이 이는 이중탕의 공(功)이니 이름을 건공탕(建功湯)이라 하겠다고 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조선 왕실에서 전수돼 온 정통 궁중 별식을 경복궁에서 맛볼 수 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은 ‘경복궁 생과방’ 행사를 통해 병과 6종과 약차 6종을 소개하고 있다. 생과방은 왕실 별식을 만들던 전각을 뜻한다. 재단은 조선왕조실록과 원행을묘정리의궤 기록을 토대로 별식을 재현했다.

이 중 이중탕 등 약차(藥茶)는 다양한 병증에 사용됐다. 소화불능을 앓은 순조는 식후에 생강과 꿀로 만든 담강다(淡薑茶)를 마셨다. 정조 어머니 혜경궁 홍씨는 노환을 앓자 인삼과 귤피를 넣은 삼귤(蔘橘)차를 들었다. 중종 땐 왕의 몸에서 열이 나고 갈증이 나자 의녀가 오미자(五味子)차를 대령했다는 기록이 있다. 의관은 승하를 앞둔 영조의 마지막 온기를 되살리기 위해 강귤(薑橘)차와 계귤(桂橘)차를 올렸다.

간식 격인 궁중 병과의 대명사는 약과였다. 고려사절요에 따르면 1192년 고려 명종은 사치스러운 사회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약과를 금하고 과일을 대신 올리라고 명했다. 고려 공민왕도 약과 금지령을 내렸다. 약과가 사치품으로 여겨질 정도로 값비싼 음식이었던 것. 찹쌀가루에 색을 들여 만두처럼 빚고 기름에 지지는 조악(助岳) 떡은 고종 즉위 40주년 기념 연회에 진상됐다. 형형색색의 궁중 간식은 입뿐만 아니라 눈도 즐겁게 한다.

재단은 이번 재현 행사에서 생과방에서 마음에 드는 병과와 약차를 주문하면 조선시대 궁중 나인의 복장을 한 직원들이 이를 내오도록 했다. 병과는 1000∼2500원, 약차는 4000∼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6월 30일까지.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